[사랑과 생명의 문화를 만들자] 생명의 보금자리 ‘가정’
사랑과 생명의 문화를 사는 가정들
(2) 영유아기 – 가정 생명 교육
발행일 2021-04-11 [제3239호, 11면]
영유아기 자녀가 있는 가정에서 ‘부모의 행동은 곧 교육’이다. 부모가 사랑을 표현하고 생명을 대하는 태도를 통해 자녀들은 자신이 장차 이웃과 자연을 대할 때의 자세와 방식을 터득하게 된다. 그렇다면 영유아기 자녀를 둔 가정에서 사랑과 생명의 소중함을 알리기 위해 부모들은 어떤 식으로 행동하며 교육하고 있을까.
서울 청담동본당 ‘영유아 부모교육 그림책 수업’을 들으며 가정 내 사랑과 생명의 문화를 형성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최민영·홍 에우세비오씨 부부 가정과 백주현·이준석씨 부부 가정을 만났다.
■ 최민영·홍 에우세비오씨 부부 가정
“자녀를 저와 동등한 인격체로 보고 최대한 일상적인 대화를 많이 하려고 하고 있어요.” 지난해 10월 태어난 딸 홍나은(그라시아)양과 배우자 홍 에우세비오(41)씨와 살고 있는 ‘엄마’ 최민영(노엘라·36·서울 청담동본당)씨는 가정 내 사랑과 생명의 문화를 형성하기 위한 행동들을 언급하며 이렇게 말했다. 5개월여 된 딸은 아직 반응이 서툴고 표현력이 부족한 영아이지만, 성인과 같은 인격체이기 때문에 아이만을 위한 교육적인 말을 따로 하기보다는 일상적인 대화를 하고 삶을 공유하며 살아가고 있다는 의미였다.
실제 미소와 눈빛, 집중하는 표정 등 아이와 여러 표현으로 대화하는 최씨는 이렇게 아이와 일상을 공유하다 보니 모든 행동에 더욱 신경을 쓰게 됐다고 말한다. 지금은 아이가 말로 표현하지 못할 뿐 다 알아듣는다고 생각하기에 어떠한 말도 함부로 하지 않고, 아이와 배우자를 늘 소중히 대하며 이야기하려 한다는 뜻이다. 짜증이 나도 감정을 바로 표출하기보다는 글로 적으며 정화하고, 부부 사이에 주고받을 수 있는 타인에 대한 험담도 하지 않는 등 나은양에게 최대한 긍정적인 영향만 주기 위해 최씨는 애를 쓰며 지혜를 발휘하고 있다.
나은양과 대화하는 데에 있어 최씨는 특별히 서울 청담동본당의 ‘영유아 부모교육 그림책 수업’이 도움이 되고 있다고 설명한다. “만 10세 이하에게는 책 내용을 전달하는 게 아니라 책을 통해 관계 형성을 하는 것”이라는 수업 속 가르침처럼 아이가 원하는 책을 하루 15분 정도 보여 주고 읽어 주면서 대화와 관계 형성의 매개체로 삼고 있다. 또래가 나오는 책, 동물 그림책을 유독 좋아하는 딸의 모습을 보면서 나은양의 관심사도 파악하고 있다.
무엇보다 최씨는 딸이 삶 속에서 신앙생활의 면면을 자연스럽게 접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사랑과 생명을 최우선으로 하는 교회 문화를 접할 때마다 자녀도 사랑과 생명을 중시하는 신앙인으로서 자랄 수 있으리라고 믿기 때문이다. 최씨는 “미사에 참례할 때나 묵주 기도를 드릴 때, 식사 전·후 기도를 할 때 등 아무것도 모르는 것처럼 보여도 아이들은 분명 인지하고 있을 것”이라며 유아 세례를 받게 하고, 아이를 위한 신앙 활동이 있는지 주보를 눈여겨보는 등 딸이 신앙생활에 많이 노출될 수 있도록 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날 인터뷰에 함께한 최씨의 친정어머니 이애련(베아타·68·서울 청담동본당)씨는 “딸이 손녀를 동등한 인격체로 보고 대하는 태도를 보면서 저도 사람들을 더 존중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며 “주변 사람을 더욱 성숙하게 대할 수 있는 계기도 마련해 주고, 아기는 참 놀라운 존재인 것 같다”고 말했다.
■ 백주현·이준석씨 부부 가정
백주현(로사리아·37·서울 문정동본당)·이준석(로베르토·41)씨 부부는 딸 이애리(안젤라·4)양을 보면서 늘 잊지 않고 되새기는 생각이 있다.
바로 아이는 부모의 소유물이 아니라 하느님께서 주신 소중한 선물이라는 것이다. 자녀는 부모의 소유물이 아닌 하느님 자녀이기 때문에 부부는 항상 아이에 대한 욕심이 커지는 것을 막고, 하느님 안에서 자녀를 잘 키우기 위해 항상 애리양을 소중히 대하려고 노력한다.
이처럼 이들 부부가 딸을 소중히 대하는 방식 중 하나는 애리양의 주도권과 결정권을 존중해 주는 것이다. 간단한 활동이나 놀이를 하더라도 애리양에게 꼭 의사를 묻고, 당장 필요한 일이라도 애리양이 하기 싫다고 하면 그 뜻을 존중해 부부는 차분히 기다린다. 책 한 권을 살 때도 딸에게 읽고 싶은 책인지 아닌지를 먼저 묻고, 책을 읽더라도 처음부터 끝까지 다 읽어야 한다는 보통의 어른들 생각과 달리 딸이 읽고 싶은 책을, 읽고 싶은 만큼 자유롭게 택해서 읽도록 하고 있다.
그렇게 인격체로 존중하며 아이를 대하는 데에 부부는 올해 2월부터 수강한 서울 청담동본당의 ‘영유아 부모교육 그림책 수업’이 “정말 많은 걸 가져다주고 있다”고 말한다. 2월과 3월 두 차례씩 총 네 번의 수업을 들었는데, 그 네 번의 수업이 가정에 벌써 많은 도움을 주었다는 뜻이다. 백씨는 “자녀에게 너무 많은 책을 쥐여 주는 것은 폭력일 수도 있다는 설명을 들었다”며, 책 「모르는 척 공주」, 「메두사 엄마」 등에 관한 내용을 들으며 부부가 싸울 때 아이가 받을 수 있는 상처, 아이가 세상에 나가게 되면서 어머니로서 느낄 수 있는 마음 등을 헤아려 볼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에 더해 백주현ㆍ이준석씨 부부는 딸에게 사랑과 생명의 소중함을 알려 주기 위한 일상 속 노력들도 지속하고 있다. 평소보다 포옹을 더 많이 하며 사랑을 표하거나 어린이집 등·하원길에 자연을 더 많이 느낄 수 있도록 해 주는 것이 대표적이다. 백씨는 “산책길로 가면 등·하원 시간은 더 오래 걸리지만, 아이가 흙과 나무를 만질 수 있고 바람과 계절의 변화도 더 잘 느낄 수 있다”며 “따뜻한 햇살이 비칠 때 절 보며 하느님이 웃어 주시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던 것처럼 아이에게도 그런 걸 많이 느끼게 해 주고 싶다”고 말했다.
특히 이들 부부는 “하느님께서 허락하심에 가정에 생명이 온 것은 정말 엄청나게 큰일”이라며 “저희와 아이가 함께 사람이 되어 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렇게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주신 하느님께 감사드리고, 아이가 저희의 사랑을 많이 받아서 그 힘으로 잘 살아가면 좋겠다”고 밝혔다.
이소영 기자 lsy@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