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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의 달 기획] 1인 가구 시대의 사목

혼자 사는 삶의 형태 인정하며 사목적 배려 이뤄져야

 

발행일2021-05-23 [제3246호, 9면]

 

2021년 한국에서 3가구 중 1가구는 1인 가구다. 굳이 결혼을 하고 싶지 않은 사람들, 혹은 어쩔 수 없는 상황에서 혼자 고립된 이들이 대부분이다. 자의든 타의든 오늘날 혼자 사는 이들이 점점 더 많아지는 것은 현실이다. 혼인과 가정의 소중함을 강조하는 교회는 이러한 현실에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고민할 수밖에 없다.

■ 혼자 사는 사람들

김욱진(바오로·31)씨는 지방대학 출신으로, 졸업한 지 2년이 됐지만 여전히 ‘취업 준비생’이다. 코로나19는 가뜩이나 좁은 취업문을 바늘귀로 만들었다. 아르바이트 자리 찾기도 힘들어 대학원도 그만두고 고시원에서 생활하고 있다. 부모님께 더 이상 손 벌리기도 어렵지만 취업 때까지는 어쩔 수가 없다. 결혼은 꿈도 못 꾸니 이성교제도 포기했다.

이상옥(마리아·39)씨는 공기업에 다닌 지 벌써 10년째다. 임금도 꽤 높은 수준이고 일찌감치 주식과 부동산 등 재테크에 눈을 떠 경제적인 어려움은 전혀 없다. 자주 어울리는 친구들 역시 절반 이상이 미혼이다. 아직도 부모님은 결혼하기를 원하지만 혼자 독립해 있는 만큼 명절 때만 잔소리를 한 귀로 흘리면 그만이다. 가끔 2세 생각은 나지만 굳이 가정을 꾸려서 집안일을 하고 아이를 낳아 키울 생각은 없다.

유준옥(시몬·72)씨는 10년 전에 부인과 사별한 뒤 혼자 생활하고 있다. 자녀가 셋 있지만 각자 먹고 살기가 팍팍해 1년에 한두 번 얼굴 보는 걸로 만족한다. 다행히 아직은 기력이 있고 큰 병은 없지만 노년의 건강은 하루 앞을 모르는 일이라 걱정이다. 코로나19 때문에 성당 가는 일도 전 같지 않고 동네 노인정에도 사람이 모이지 않아 적적하기도 하다.

박승오(비오·58)씨는 7년 전 사업 실패로 빚더미에 올라앉은 뒤 이혼하고 혼자 산다. 원룸에서 살다가 최근 임대아파트로 옮긴 뒤에야 사람답게 살고 있다. 인근 사우나에서 일한 지 5년째인데 코로나19 때문에 수입이 반토막 난 상태다. 아이들이 다 커서 더 걱정은 없고, 재혼할 뜻도 전혀 없다. 이제는 혼자 사는 게 편하다. 자의든 타의든, 도시든 시골이든 우리 주위에는 이제 혼자 사는 이들이 지천이다.

 

■ 혼자 살기가 대세

지속적으로 증가해온 1인 가구 비중은 통계를 통해서 분명하게 확인된다. 통계청이 집계하는 인구주택총조사에 따르면, 1980년에는 전국 총 796만 가구 중 1인 가구는 38만 가구로 전체 가구 수의 4.81%에 불과했다. 그로부터 20년 뒤인 2000년에는 15.5%로 늘어났고, 2015년에는 1911만 가구 중 520만 가구로 무려 27.2%로 급증했다. 그리고 2019년에는 2034만 가구 중 614만 8000가구로 30.2%를 기록했다. 이제 세 집 중 한 집은 1인 가구인 셈이다.

2인 가구는 27.8%이고 3인 가구는 20.7%, 4인 가구가 16.2%로 나타났다. 1인 가구와 2인 가구의 비중을 합하면 58.0%로 대략 10가구 중 6가구에서 2인 이하가 사는 셈이다. 통계청은 1인 가구 비중이 2027년에는 전체 가구의 32.8%, 2047년에는 37.3%에 이를 것으로 예측했다.

부부와 미혼 자녀로 구성되는 핵가족을 넘어 1인 가구가 일반화된 현상은 경제 활동을 비롯한 일상생활의 형태와 구조까지 바꿨다. ‘혼밥’이나 ‘혼술’, ‘욜로(YOLO, You only live once!)족’ 등은 이미 일상화된 현상이다.


■ 1인 가구 증가 원인

1인 가구의 증가는 세계적인 추세다. 일본에서는 1980년대 경제위기 때부터 1인 가구가 급증해 1990년대에 보편화됐다. 한국에서는 일본보다 조금 늦은 시기인 1990년대 초반부터 증가 추세가 나타나기 시작했고, 1997년 IMF 외환위기 및 장기 불황의 영향과 인터넷의 대중화, 개인주의 확산 등이 1인 가구 증가를 가속화했다.

한국에서 보이는 1인 가구 증가 현상은 서구와는 달리 급속도로 진행됐다. 한국 사회 1인 가구 증가 원인은 ▲젊은 세대의 결혼관 변화에 따른 비혼과 만혼의 증가 ▲별거 및 이혼의 증가 ▲경제적 빈곤으로 인한 가족 해체 ▲고령화에 따른 노인 독신가구 증가 등이 대부분이다.

특히 젊은 층의 혼인 기피 현상은 1인 가구 증가에 큰 영향을 미쳤다. 혼인 건수 자체가 지속적인 감소 추세를 보이고 있고, 인구 1000명당 혼인건수를 나타내는 조(粗)혼인율은 2019년 4.7건으로 지난 50년 동안 지속적으로 감소했다. 이는 조혼인율이 가장 높았던 1980년의 10.6건에 비교하면 반도 안 되는 수치다. 결혼을 기피하는 추세와 함께 높아진 이혼율도 1인 가구 증가의 원인이다.


■ 1인 가구 시대의 사목적 과제

‘혼자 살기’라는 라이프 스타일과 1인 가구의 보편화는 사목적 과제를 제기한다. 1인 가구 급증 현상은 교회의 가정사목과 청년사목, 노인사목과 사회복지 활동 전반에 걸쳐 새로운 사목적 도전이 아닐 수 없다.

특히 가정사목의 경우에는 사목 패러다임의 전환이 필요해 보인다. 교회는 혼인과 가정 공동체의 소중함을 강조하고, 예수·마리아·요셉 성가정의 모범을 바탕으로, 부모와 자녀로 구성되는 가족 형태를 권고한다. 하지만 오늘날 가정은 한부모 가족, 조부모 가족, 입양 가족, 재혼 가족, 자녀 없는 가족, 다문화 가족 등 매우 다양한 형태를 갖고 있으며, 1인 가구 역시 이미 일상화된 형태 중 하나로 자리잡고 있다. 3가구 중 1가구가 1인 가구인 우리 사회 현실에서 교회가 1인 가구를 어떻게 수용하고 이들에 대한 사목적 배려를 할 것인지는 큰 고민의 대상이다.

이는 특히 청년사목과 직결되는데, 자발적으로 혼인을 기피하는 젊은이들을 어떻게 볼 것이고 이들에게 어떻게 혼인과 가정에 대한 교회의 가르침을 설득할 것인가. 또한 현실적인 어려움으로 본의 아니게 고립된 청년 1인 가구들을 어떻게 사목적으로 돌볼 것인가도 고민이다. 고령화된 1인 가구에 대한 돌봄과 가족 해체로 인한 중년층 1인 가구들에 대한 사목적 배려 역시 심각한 고민이 아닐 수 없다.


■ 공동체성의 회복

최근 개봉된 영화 ‘혼자 사는 사람들’은 말 그대로 ‘혼자 사는’ 사람들의 관계 단절과 고립감, 소외감, 외로움 등을 담고 있다. 연출을 맡은 홍성은 감독은 오늘날 사람들이 혼자 즐기는 ‘혼밥’과 ‘혼술’을 인증하고 보여주는 것 자체가 고립을 불안해하고 타인의 공감을 얻기 위한 노력으로 여겼다.

자발적 1인 가구도 사실은 공동체적 가치를 추구한다. 혼자 살기를 편하게 여기지만 여전히 타인과 연결되기를 원하고 공동체적 가치에 참여하려는 원의를 배제하지 않는다. 또한 특히 공동체적 삶을 위한 조건을 충족할 수 없어 어쩔 수 없이 고립을 택한 이들도 1인 가구에 포함돼 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교황 권고 「사랑의 기쁨」에서 “혼자 살거나 가정을 이루지 않고 동거하는 이들이 많아지는” 현실에 대해 우려하면서도 “교리적, 생명윤리적, 도덕적 주제들을 고집”(37항)하는 태도는 경계하고, 현대 사회의 복잡한 가정 현실을 고려해 적절한 해결책을 찾아내야 한다고 권고했다.(3항 참조)

교회가 1인 가구를 ‘비정상적’이라고만 간주한다면 오늘날 현실에 대한 적절한 대응은 힘들어 보인다. 우리 사회 안의 공동체성을 복원하고 회복하려는 노력을 잊지 않으면서도 이미 일반화된 현실인 1인 가구에 대한 사목적 배려와 돌봄을 위한 획기적인 전환점이 마련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박영호 기자 young@catime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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