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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리신앙, 깊어가는 믿음] (5)

“신앙 대화 떠나, 아이와 대화 자체가 어려워요”

 

발행일2021-05-23 [제3246호, 13면]

 

신앙의 대화를 나누는 사이가 되고 싶지만… 사실 저는 저희 아이와 마주 앉아 대화하는 것 자체가 어려워요. 아이가 어려서부터 그랬던 것은 아닌데, 중학생이 되고 나서는 아이의 관심사나 친구 관계에 있어서도 제가 모르는 영역이 많아지고 서로의 일과도 달라지다 보니 마주 앉는 것 자체가 서로 어색해요. 그런 제가 아이와 신앙에 대한 대화를 시작할 수 있을까요?

부모와 자녀들은 ‘세대’라는 각각 다른 문화 속에서 살아가고 있기에 세상을 대하는 태도에도, 생각에도, 가치관에도 차이가 생길 수밖에 없습니다. 서로의 차이를 실감한 후로는 마주 앉아 대화하기가 두려워집니다. 하지만 이 차이를 좁힐 수 있는 유일한 방법 또한 바로 대화입니다.


대화의 가장 중요한 원칙은 바로 듣는 것, 경청입니다. 여기에서 ‘경청’이란 ‘hear’이 아니라 ‘listen’을 말합니다. 즉 들려오는 소리를 듣는 행위인 hear이 아닌, 귀 기울여 듣는 태도의 listen입니다. 갈망을 경청하려는 부모의 태도는 자녀의 입을 열게 하고, 마주 앉도록 이끕니다. 하느님께서 노예살이하는 이스라엘을 이집트에서 구해내신 역사는 “하느님께서 이스라엘의 울부짖음을 들으시고 그들을 구원하기로 작정하셨다”(탈출 3,14)는 말씀에서 시작합니다. 청소년 자녀를 구원하고 싶다면 ‘그들의 갈망 – 내면의 울부짖음을 듣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청소년을 구원하는 청소년사목이 바로 이 말씀, ‘청소년의 갈망을 들으라’에서 출발하는 것도 같은 맥락입니다.

경청하려는 태도를 지니려 애쓰는 것만큼 중요한 것은 바로 경청하고 있다는 사실을 효과적으로 표현하는 것입니다. 이를 위해 저명한 청소년사목 신학자 로버트 매카티(Robert J. McCarty) 박사는 네 가지 팁을 제안합니다.


첫째, 경청의 표지로 자녀의 이야기를 다시 한번 정리해서 반복해 말하며 자녀가 전달하려는 이야기의 구체적인 내용, 그리고 느낌과 이유를 확인하는 것입니다. “너는 ~한 것 같구나. 네가 ~할 때 ~하게 말하는 것을 보니 말이다”하고 말입니다.

둘째, 경청하고 있다는 것을 온몸으로 보여주는 것입니다. 자녀가 말을 하기 시작하면 하던 것들을 멈추고 눈을 마주치려고 애쓰십시오. 텔레비전이나 휴대전화의 화면을 보면서 대화하는 것은 절대 피해야 합니다. 이야기를 들으며 때로는 고개를 끄덕이고, 몸을 앞으로 내밀기도 하고, 어깨를 두드리거나 손을 잡는 것도 좋습니다.

셋째, 진지하고 진실한 목소리로 대화를 촉진하는 질문을 건네야 합니다. 빈정대는 톤, 모든 것을 알고 있는 듯한 말투나, 관심이 없는 듯한 목소리도 안 됩니다. “그러고 나서 무슨 일이 일어났니?”, “그 다음에 어떻게 했니?”, “그때 기분이 어땠니?”, “그것에 대해 더 자세히 말해줄래?”와 같은 질문으로 대화를 촉진해 나가는 것이 좋습니다.

마지막 원칙은 이것이든 저것이든 선택하라는 ‘답정너’ 질문을 피하는 것입니다. “할 거야, 아님 말 거야?”처럼 선택적인 의사를 확인하는 질문보다 언제, 어떻게 할 것인지 스스로 통제하고 조정하고 결정을 내릴 수 있는 열린 질문을 하는 것이 좋습니다.

이처럼 자녀들과 일상의 대화 시간이 자연스럽게 자리 잡고 난 후 비로소 부모들은 자녀들에게 전해주고 싶었던 올바른 가치들과 신앙의 유산을 이어줄 수 있게 됩니다. 이 단계에서 중요한 것은 경청으로 다져진 대화에서 더 나아가 서로의 차이를 존중하고 이해하는 태도로 다가가는 것입니다.

베네딕토 16세 전임교황은 세계 5대륙 외에 어른들이 쉽게 갈 수 없는 청소년들만의 새로운 대륙이 있다고 말씀하셨습니다. 그것은 바로 ‘디지털 대륙’입니다. 디지털 대륙으로 상징되는 청소년의 세계는 ‘빠르고 즉각적이며, 간단하고 이해하기 쉬운 것’이 핵심입니다. 이 세계는 열정과 창의성이 가득하고, 변화에 민감한 특징을 지닙니다. 이러한 특성 덕분에 무한한 가능성을 가지지만 죽음의 문화인 이기주의와 물질만능주의, 그리고 중독에 쉽게 노출되는 약점을 지니고 있지요.

우리가 청소년을 초대하고 싶은 세계는 하느님의 세계입니다. 하느님의 세계에는 믿을 교리, 사회교리, 성경과 교회 전승 등 신앙의 유산으로 가득합니다.

이질적으로 보이는 이 두 세계 사이에 부모들이 걸쳐 있습니다. 부모들은 세상의 냉엄함 속에서 성공과 실패의 체험을 통해 익힌 현실감각과 삶의 기쁨과 슬픔, 희망과 번민을 통해 하느님을 감지하는 영적 감수성을 지니고 있습니다. 또한 부모들은 자녀인 청소년의 세계를 매일 목격하면서 그들의 현실을 체험적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렇기에 부모들은 두 세계 사이에서 우뚝 서서 흔들리는 청소년을 하느님의 세계로 연결할 수 있는 능력을 갖게 된 것입니다. 그런 의미로 하느님께서는 부모들을 청소년들의 세계와 하느님의 세계를 잇는 다리를 놓는 사람으로 초대하고 계십니다. 교황님의 트위터 아이디인 Pontifex도 이 같은 의미인 ‘다리를 놓은 사람’이라는 뜻이고요.

하느님께서는 자녀들을 구원하는 가장 좋은 연결자로 부모들을 선택하셨습니다. 자녀들을 하느님의 구원으로 이끌어주려는 부모는 먼저 자녀들의 갈망을 경청하며 마음을 사로잡으십시오. 그러고 나서 자녀들과 신앙의 대화를 나누며 하느님의 세계로 초대하십시오. 그때 부모 여러분들은 시냇가에 작은 돌다리를 놓듯 청소년의 세계와 하느님의 세계를 이어주고 청소년의 마음을 잠식하려는 죽음의 문화를 밀어내게 될 것입니다.


※자녀, 손자녀들의 신앙 이어주기에 어려움을 겪는 부모, 조부모들은 이메일로 사연을 보내주시면, 지면을 통해서 답하겠습니다.
이메일 : hatsal94@hanmail.net

 

조재연 신부(햇살사목센터 소장)


51796 창원시 마산합포구 진전면 죽헌로 72 천주교 마산교구 가정사목부
Tel : (055)249-7023, Fax : (055)249-7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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