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태종식 운동 2년째, 어디까지 왔나
발행일 2016-06-13[제3249호, 9면]
낙태죄 헌법불합치 결정 이후 2년 2개월이 흘렀다. 만연한 생명 경시 풍조 속에서도 가톨릭신문 낙태종식운동은 2년째 지속되고 있다. 낙태죄 헌법불합치 결정 이후 시작한 ‘낙태종식을 위한 기도봉헌’과 지면 장기 기획 ‘사랑과 생명의 문화를 만들자’는 지금까지 꾸준히 이어져 오고 있다. 특별히 올해는 생명 수호의 삶을 산 참 신앙인의 이야기를 담은 멀티미디어 콘텐츠 ‘부활의 흔적을 찾아서’도 제작해 태아 생명 살리기와 생명의 문화 확산에 힘쓰고 있다.
가톨릭신문 낙태종식운동 3년으로 접어드는 이 시기, 해당 운동의 의미와 함께하는 이들의 모습을 한데 모아 살펴본다.
#직장인 류웅환(프란치스코·52·수원교구 화성 동탄숲속본당)씨는 2019년 5월 21일 낙태종식운동이 시작된 때부터 매일 아침 출근하자마자 낙태종식을 위한 기도를 봉헌한다. 생명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간절히 기도하고 있는 류씨는 “1분도 안 되는 짧은 시간이지만 생명의 소중함을 생각해 볼 수 있고 이런 기도가 모여 생명을 중시하는 문화를 더 널리 퍼지게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캘리그래피 작가 김정애(타시아나·66·의정부교구 남양주 호평동본당)씨는 외출할 때마다 코팅된 종이를 한 움큼씩 들고 나선다. 앞면에는 낙태종식을 위한 기도문, 뒷면에는 자녀·가정을 위한 기도문이 적힌 종이로, 김씨는 자신이 직접 만든 이 종이를 만나는 사람마다 전해 주고 있다. 김씨는 “생명을 살려야 해 기회가 닿는 대로 나눠 주고 있다”며 “당장은 아닐지라도 사람들이 어느 순간 보고 생명에 책임감을 가지면 좋겠다”고 밝혔다.
■ 생명의 소중함 인식하고 사랑과 생명의 문화 확산
가톨릭신문 낙태종식운동이 3년으로 접어들었다. 특히 전국 신자들은 낙태종식을 위한 기도를 봉헌하며 생명의 소중함을 인식하고 사랑과 생명의 문화 확산에 이바지하고 있었다. 송경순(미카엘라·63·수원교구 북여주본당)씨는 “기도운동에 동참하기 전엔 상황이 안 좋으면 낙태할 수도 있다고 생각했는데, 지금은 아니”라며 “태아 생명을 지키는 것이 우리 생명을 지키는 것”이라고 말했다. 우병철(바오로·82·대구 동촌본당)씨도 “기도를 하면 생명을 존중하는 마음이 가슴속에, 머릿속에 남는다”며 “생명의 소중함을 알리기 위해 코로나19 전에는 본당 반모임 때마다 신자들과 같이 기도했다”고 밝혔다.
낙태 후유증으로 심각하게 고생한 최젬마(76)씨는 “속죄의 의미로 매일 최소 한 번씩은 기도하고 있다”며 “누구도 나 같은 상처를 겪거나 소중한 생명을 잃는 아픔을 느끼지 않도록 살아 있는 한 계속 기도할 것”이라고 말했다.
■ ‘함께하는 기도의 힘’ 믿어
무엇보다 이들은 ‘함께하는 기도의 힘’을 강조했다. “너희 가운데 두 사람이 이 땅에서 마음을 모아 무엇이든 청하면, 하늘에 계신 내 아버지께서 이루어 주실 것”(마태 18,19)이라는 말씀처럼 한 사람 한 사람의 기도가 모여 태아 생명을 살리는 사회로 나아갈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김미혜(젬마·41·대구 황금본당)씨는 매일 저녁 잠들기 전 자녀들과 함께 기도하고 있고, 고영신(미카엘라·59·광주 중흥동본당)씨도 생명의 문화가 확산될 수 있도록 사람들에게 낙태종식운동을 알리며 매일 미사 참례 전 본당 신자들과 기도하고 있다.
2019년 마산교구 진주 가좌동본당 주임 시절 주보에 낙태종식을 위한 기도문을 싣고 신자들과 ‘미사 전 기도’로 바친 김형렬 신부는 현재 거제 하청본당에서도 기도문을 성당에 비치해 놓고 신자들에게 나눠 주며 매일 밤 9시 한반도 평화를 위한 주모경과 함께 낙태종식을 위한 기도를 봉헌할 것을 당부하고 있다.
■ “이 땅에 낙태 사라질 때까지 함께합시다!”
김형렬 신부는 “낙태에 관해 고민을 털어놓은 여러 자매님의 공통점은 낙태 후유증이 본인에게도 너무 심각했다는 것”이라며 “죄책감을 죽는 순간까지 생생히 기억해 잊지 못하고 심한 경우 꿈속에서도 괴롭힘을 당하는 자매님도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김 신부는 “부디 법이 생명 수호를 위해 올바른 길을 찾기를, 신앙인만이라도 하느님 가르침에 반대되는 길을 걷지 않기를 기도한다”고 강조했다.
가톨릭신문사 사장 김문상 신부는 “태아 생명을 살리는 노력을 독자들과 함께할 수 있어 감사하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낙태죄 입법 공백 사태 등을 고려하면 아직 더욱 많은 관심이 필요하다고 강조한 김 신부는 사랑과 생명의 문화가 자리할 수 있도록 기도와 기사·영상·홍보 등으로 다양한 활동을 펼쳐 나가겠다고 밝혔다. 특별히 “이 땅에 낙태가 사라질 때까지 낙태종식운동은 계속된다”며 김 신부는 “함께합시다!”라고 요청했다.
※기도봉헌 참여와 관련 기사 확인은 가톨릭신문 홈페이지(www.catholictimes.org)에서 가능하다. 기도문은 영상(youtu.be/g1TNcYQY_RQ)으로도 시청할 수 있다.
이소영 기자 lsy@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