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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앙인의 눈]

아래로부터의 생명운동

발행일 2021-06-27 [3251호, 23면]

 

교회는 죽음의 문화를 생명과 사랑의 문화로 전환시키는 예언자적 사명을 오랜 시간 실천해왔다. 주교회의와 각 교구는 생명위원회를 구성하여 생명운동을 사회적 활동으로 확산시켜왔고, 그 대표적인 활동이 낙태반대 운동이다. ‘낙태는 분명 살인 행위요 우리 사회에 만연한 인명 경시 풍조의 근원’임을 천명하며 반생명적인 모자보건법 일부 조항을 폐지하기 위한 서명운동을 여러 차례 실시했지만 기각된 바 있다. 더군다나 최근 헌법 불합치 판결에 따라 낙태죄 폐지로 귀결되면서 기존의 생명운동에 대한 반성적 성찰이 요청되고 있다. 생명존중과 생명의 고귀함에 대한 교회 가르침과 실천이 위로부터 내려오는 방식과 본질주의적 접근에만 의존한 결과, 급변하는 사회문화적인 새로운 사상적 흐름과 변화되는 삶의 방식이 반영되지 못한 채 구두선에 그치거나 더 이상 유효하지 못한 상황에 처하게 된 것은 아닌지 자문해 본다. 따라서 기존의 생명운동이 전개해온 방법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대안이 절실히 요청된다.

오늘날 문화의 시대에 걸맞은 교회 생명운동의 대안은 ‘아래로부터의 생명운동’이다. 교회 안에서 이에 대한 대표적인 주창자는 서울대 의과대학 김중곤 명예교수다. 그는 현재 주교회의 생명윤리위원회와 서울대교구 가톨릭생명윤리자문위원회 위원이기도 하다. 가톨릭교회의 입장에서 태아를 살리자고 절실하게 호소하는 그는 기존의 교회 생명윤리 이슈에 대한 접근방식과는 다른 방식이 필요하다면서, 위로부터의 교육이 아닌 아래로부터의 연대와 실천을 강조한 바 있다. 신자들이 교회 가르침을 일방적으로 따르던 시대는 지났다며, 신자들 스스로 자신들이 처한 사회적 상황을 교회 가르침 안에서 해결할 수 있도록 교회가 이들과 연대하는 방식이 절실히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우리 모두에게 매우 공감되는 말이다.

‘아래로부터의 생명운동’은 교회 지도자나 교회 기관만이 아니라 신자들 개인이나 집단이 참여하여 상호주체로서의 활동이 전제되어야 한다. 여성들이 처한 구체적인 상황과 사고방식, 삶의 방식 등을 고려한 ‘문화주의적 접근 방법’으로 풀어내야 한다. 즉, 자율적 개인이나 개인 간 연대를 통해 생명의 존엄성에 대한 의식을 다양한 문화적 방법으로 공유하고 실천할 수 있도록 교회가 협력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교구나 본당 차원에서 생명존중사상을 고취하게 하는 토론모임이나 현장체험 등을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본당에서 독서모임을 통해 생명에 관련된 책읽기와 나눔을 해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아름다운 향기」(2009, 바오로딸)라는 책에 보면, 공선옥 작가의 ‘거무가 불쌍해서…’라는 제목의 글이 나온다. 조용한 시골 마을에 돌공장이 들어서면서 독성물질의 돌가루가 마을 사람들의 생명을 위협한다. 주민들이 돌공장 저지를 위해 데모를 하는데 나중에는 할머니들만 남아 시위한다. 그 중 한 할머니가 들려준 아름다운 이야기는 생명에 대한 경외심을 불러일으킨다. “아침에, 방에 커다란 거무(거미)가 내려왔대. 그래서 밖으로 내보낼라고 허다가 그만 거무를 터트리고 말았네. 이걸 어쩌면 좋아. 눈물이 절로 나오드만. 아침에 거무 죽인 것이 하도 마음에 걸려서 뒤안 장꼬방에 물 떠놓고 빌었어. 빌고 난 게 마음이 좀 편안허기는 헌디, 거무가 불쌍해서 자꾸 눈물이 나네.” 거미 한 마리 때문에 눈물을 흘리는 할머니의 마음이 아름답다며 글을 마친다. 영화 동아리에서도 <비커밍 아스트리드>(2021) 등 생명에 관련된 영화를 관람하고 느낌을 나눈다면 생명의 소중함을 더욱 깨우칠 것이다. 본당마다 ‘태아교실’의 활성화와 ‘주일학교 영유아부’ 신설 또한 생명의 존엄성을 배우는 훌륭한 기회가 될 것이다. 그 외에도 본당 사목을 통한 여러 생명 관련 문화 프로그램들을 실시한다면 자연스레 생명운동의 연장이 될 것이다. 교회는 생명을 중시하는 시민단체를 육성하거나 연대하고, 미혼모에 대한 재정적 지원, 쉼터 마련 등등 실제적인 지원도 더욱 확대하고 지속화할 필요가 있다. ‘낙태는 살인’이라는 외침보다 ‘태아 살리기’나 ‘세상을 떠난 태아 영혼 치유’에 중점을 두어야 한다. 또한 생명 문제를 지나치게 낙태에만 국한시키지 말고, 현재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는 디지털 성폭행, 학교 폭력, 아동학대, 혐오, 갑질 등 반생명적이고 비복음적 현실에 대해서도 본당이나 시민사회에서 다양한 형태의 의식화 교육이 이루어져야 한다.

■ 외부 필진의 원고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김민수 신부(서울 청담동본당 주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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