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과 생명의 문화를 만들자] 생명의 보금자리 ‘가정’
- 가정에서부터 사랑과 생명의 문화
(5) 성인기- 자연주기법 실천(2)
발행일 2021-07-04[제3252호,18면]
‘자연주기법 실천’은 부부가 가정에서 사랑과 생명의 문화를 형성하는 데 유익한 방법이다. ‘사랑과 생명의 문화를 사는 가정들’ 이번 편에서는 자연주기법 실천으로 가정 내 사랑과 생명의 문화를 형성하는 이연주·최진우씨 가정과 이제는 실천을 넘어서 다른 가정에도 자연주기법을 알리며 사랑과 생명의 문화를 확산하고 있는 김미현·김두철씨 가정을 찾아가 본다.
■ 이연주·최진우씨 가정
“몸과 감정 상태 함께 대화하며 부부 사랑도 깊어져”
“제가 하느님의 사랑하는 딸이듯 남편도 하느님의 사랑받는 아들임을 이해하고 깊이 받아들일 수 있게 됐어요. 자연주기법은 그저 출산 조절 방법만이 아닌 성가정을 이룰 수 있는 방법이에요.”
배우자 최진우(스테파노·42·서울 오금동본당)씨와 세 딸, 아직 태어나지 않은 막내와 가정을 꾸리고 있는 이연주(레아·41)씨는 자연주기법 실천 경험을 밝히며 이렇게 말했다. 지난해 10월 15일부터 10주 동안 매주 ‘슬기로운 부부생활을 위한 자연주기법 기초과정 교육’을 들은 이씨는 자연주기법을 통해 자신의 점액과 감정 등을 확인하며 자신과 배우자는 하느님 모상으로 창조된 인간, 부부는 하느님께서 맺어 주신 인연이라는 점 등을 깊이 깨달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씨는 “나와 다른 남편을 판단하고 비난하기도 했는데, 남편은 ‘세상 나쁜 사람’이라거나 ‘나를 힘들게 하는 사람’이 아니라 이해하고 존중·조율하며 사랑해야 할 짝꿍임을 알게 됐다”고 밝혔다.
배우자 최진우씨도 교육을 들으며 자신에게 변화가 생겼다고 이야기했다. 10주간 수업과 이후 지속된 ‘브릿지 과정’까지 반년 넘게 부부 대화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강의에 노출돼 있다 보니 자연스레 자신도 중요한 결정에서 의견을 표현하게 됐다는 것이다. 그동안 아내에게 싫은 소리나 부탁은 잘 하지 않고 속으로만 생각과 감정을 담아 두곤 했던 최씨는 “넷째를 임신했을 때 솔직한 생각을 아내에게 말했다”며 “마음에만 담아 두면 나중에 누군가를 원망하거나 후회할 수도 있을 텐데 대화로 함께 결정했기 때문에 그런 일은 없을 것 같다”고 강조했다. 무엇보다 최씨는 “생명이 소중하다는 명제는 당연하지만 막상 그 상황이 닥쳤을 때 이상과 현실이 부딪히곤 하는데, 자연주기법 실천을 통해 그 괴리를 좋은 쪽으로 좁힐 수 있었다”고 말했다. 또 “계획에도 없었던 넷째를 받아들일 수 있었던 것도 몇 개월 이상 지속해서 생명의 소중함에 대해 들은 게 도움이 됐다”고 밝혔다.
특별히 이들 부부는 부모의 자연주기법 실천이 자녀 교육에도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10주 동안 ‘슬기로운 부부생활을 위한 자연주기법 기초과정 교육’을 딸들과도 함께 들은 부부는 “아이들이 수업을 들으며 여러 가지 질문하는 모습을 보면서 성교육도 이렇게 어렸을 때부터 가정에서 하는 거구나”라고 생각했다. 실제 첫째 희서(스텔라·8)양은 다양한 감정을 써 놓은 표를 보고 ‘오늘은 이 감정을 느꼈으니 일기에 이렇게 써야지’라고 하기도 하고, 둘째 윤선(로사리아·6)양은 감정표로 한글을 공부하며 여러 감정에 대해 알아가고 있다. 희서양은 “엄마, 아빠랑 수업을 들으며 몰랐던 감정들을 새로 알게 돼 더 많이 다양한 감정을 드러낼 수 있게 됐다”며 “특히 아기가 자라는 과정이 신기했다”고 말했다.
특히 부부는 앞으로도 자연주기법을 계속 실천할 예정이다. 이를 위해 자연주기법에 대해 더 깊이 이해하고 제대로 공부할 계획이라는 부부는 자연주기법 실천을 하면서 나누는 보다 많은 대화와 존중, 다름에 대한 이해를 통해 부부 관계도 더 나아지게 만들고, 가정 내 사랑의 깊이도 더욱 깊어질 수 있도록 하고 싶다고 밝혔다.
■ 김미현·김두철씨 부부 가정
“몸의 의미 깨닫고 나누는 ‘자기 증여의 사랑’ 알리고 싶어”
자연주기법 강사로 활동 중인 김미현(실비아·60·마산교구 창원 월영본당)씨는 1988년 결혼하고 이듬해 첫 아이를 낳으면서 생명에 대한 관심이 커졌다. 그런 김씨에게 한 지인은 당시 마산교구 행복한 가정운동에서 실시하던 ‘가정공동체 어머니교실’을 추천했다.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의 권고 「가정 공동체」와 「가정교서」, 성 바오로 6세 교황의 회칙 「인간 생명」을 6개월간 읽고 나누는 프로그램이었다. 그때 수업을 들으면서 김씨는 처음으로 자연주기법을 접했다. 매일 자신의 몸과 감정 변화, 점액 양상을 기록했고, 그 관찰과 기록은 김씨가 2015년 폐경할 때까지 계속됐다.
그렇게 23년간 자연주기를 관찰하고 기록한 김씨는 “여성이 자신의 몸에 대해 아는 것은 정말 감사한 일”이라고 설명했다. 매일 자신의 몸이 보내는 신호를 듣고 느끼고 기록하는 일은 자연스럽게 습관이 돼 자신에 대한 돌봄이 일상화된다는 뜻이었다. 특히 김씨는 “몸이 안 좋을 때 사람들은 그냥 ‘아프다’, ‘나이가 많아서 그렇다’고 생각하지만, 자연주기를 알면 ‘오늘은 이 주기에 해당해서 몸 상태가 좋지 않구나’를 알 수 있다”며 “자연주기는 몸 전체에 영향을 미친다”고 말했다.
김씨는 이러한 자신의 상태와 몸 변화를 배우자 김두철(크리스토포로·64)씨에게 모두 이야기했다. 침대 머리맡에 늘 자연주기 기록표를 두고 잠들기 전 매일 점액과 신체 느낌, 감정 상태를 기록하며 남편에게 알려줬다. 그렇게 기록하고 남편과 대화하다 보면 별로 잘못한 일도 아닌데 왜 화를 냈는지, 무리하지 않았는데 왜 피곤했는지 등도 알 수 있었고, 남편도 자연히 김씨의 주기를 인지하게 됐다. 아내 김씨는 “이렇게 대화하면 남편은 하나뿐이고 가장 편한 짝꿍이라는 점을 알게 된다”고 밝혔다.
둘은 출산 조절도 자연주기법으로 했다. 아이를 원할 때는 가임기에 부부 행위를 해 원하던 시기에 둘째를 낳았고, 원하지 않을 때는 가임기에 기다리고 절제함으로써 책임 있는 부부 사랑을 했다. 특별히 이들 부부는 아이를 원하지 않을 때 항상 기도를 먼저 했다. “자연주기에 따라 당신이 알려 주신 대로 인간적인 노력을 다 하지만, 새 생명을 주시고자 하는 게 당신의 뜻이라면 그 생명을 저희가 받아들이겠습니다”라고 기도하고 부부 관계를 했다. 아내 김씨는 “기도하고 만나는 부부 사랑은 너무 성스럽고, 생명에 대한 책임을 지는 것”이라며 “자연주기법 교육은 출산 조절 방법만을 가르치는 게 아니라 몸과 성으로 부부가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에 대한 가치 교육”이라고 강조했다.
아내 김씨는 자연주기법 실천은 여성의 자연주기를 받아들이고 부부가 대화·존중하며 인격적인 사랑을 실천하는 것이기에 그동안 교구 행복한 가정운동 대표, 가정사목부 직원 등을 역임하며 자연주기법을 알려 왔다고 밝혔다. 현재도 교구 혼인과 가정에 관한 교리 교육, 약혼자 주말 등에서 자연주기법을 강의하고 있는 김씨는 “남녀가 몸의 의미를 명확히 깨닫고 나누는 사랑은 선물로 내어 주는 자기 증여의 사랑이라는 것을 보다 많은 부부들, 특히 자녀 성교육을 원하는 부모들에게 알려주고 싶다”고 말했다.
이소영 기자 lsy@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