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PCC 제6차 기후변화 평가 보고서,
무엇을 경고했나
발행일 2021-08-22[제3258호, 8면]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 Intergovernmental Panel on Climate Change)가 8월 9일 발표한 제6차 기후변화 평가 보고서는 세계 각국을 향한 충격적인 경고를 담고 있다. 기후위기에 대한 대응이 이대로 지지부진하다간 앞으로 20년, 늦어도 2040년 전에 지구 생태계는 끝장이 난다는 것이다. 보고서의 내용을 자세히 살펴보고 앞으로 우리가 어떻게 기후위기에 대응해 나가야 하는지 고민해 보자.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는 기후변화와 관련된 전 지구적 위험을 평가하고 국제적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1988년 11월 설립된 국제 협의체다. 세계기상기구(WMO)와 유엔환경계획(UNEP)이 공동으로 설립한 이 협의체는 각국 기상학자, 해양학자, 빙하 전문가, 경제학자 등 3000여 명의 전문가로 구성됐다. 기후변화 문제의 해결을 위한 노력을 인정받아 2007년 노벨 평화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IPCC는 1990년 8월 첫 보고서에서부터 2014년 제5차 보고서까지 총 5회에 걸쳐 기후변화에 대한 보고서를 발표했다. 특히 2014년에 발표한 제5차 보고서는 2015년 파리기후변화협약 체결에 큰 영향을 미쳤다. 또 지난 2018년에 발표한 ‘지구 온난화 1.5℃ 특별보고서’는 산업화 이전과 대비해 지구 온도가 1.5℃ 이상 상승할 경우 예상되는 파국에 대해서 엄중한 경고를 담고 있다.
■ 제6차 보고서, 암울한 미래
IPCC는 8월 9일 제6차 기후변화 평가보고서(AR6)의 제1실무그룹 보고서를 발표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번에 발표한 제6차 기후변화 평가 보고서는 정확하게는 ‘제1실무그룹’의 보고 내용이다.
기후변화 적응, 영향, 취약성을 연구하는 제2실무그룹과 기후변화 완화와 감축 방안을 연구하는 제3실무그룹 내용을 포함한 종합보고서는 2022년 9월에 최종 발표되지만, 기후변화에 대한 과학적 근거를 담고 있는 제1실무그룹 보고서는 향후 작성되는 보고서의 근간이 된다. 특히 이번 보고서는 오는 11월 영국 스코틀랜드 글래스고에서 열리는 제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를 앞둔 시점에 발표돼 그 의미가 크다.
이번 제6차 보고서의 가장 큰 특징 중 하나는 지구 온난화의 원인이 인간이라는 점을 명백히 했다는 점이다. 그 첫 번째 근거는 전례없는 온실가스 농도 증가와 이산화탄소 누적 배출량이다. 2019년을 기준으로 이산화탄소는 410ppm, 메탄은 1866ppb, 아산화질소는 332ppb이다. 산업혁명 이전 이산화탄소 농도는 280ppm이었다.
이들 기체의 대기 중 농도는 모두 2013년 제5차 평가보고서 제1실무그룹 보고서와 비교했을 때 대폭 증가한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이산화탄소 농도는 지난 200만 년 동안 한 번도 관측된 적이 없을 정도로 전례 없이 높은 수치다.
■ 기후위기 현상 급속화, 심화
지구 평균 지표면 온도는 산업화 이전보다 2011~2020년 기간에 1.09℃가 올랐다. 이는 2003~2012년 0.78℃ 오른 것에 비해 높은 수치다. 평균 해수면은 1901년 대비 0.2m 상승했는데, 그 상승 속도는 1901~1971년 연평균 1.3㎜에서 2006~2018년 3.7㎜로 약 2.85배 빨라졌다. 매년 증가폭이 더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지구 평균 기온이 1.5℃ 상승할 것으로 예측되는 기간이 기존에 알려진 2030~2052년에서 약 10년이 단축된 2040년으로 추정됐다. 이에 따라 폭염이나 폭우와 같은 극한 현상이 더욱 빈발할 것이며, 보고서는 이를 피할 수 있는 유일한 대안은 온실가스 감축뿐이라고 밝히고 있다.
이처럼 지구 온난화 현상이 급속도로 더 악화된 것은 온실가스 감축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고 있는 각국 정부의 책임이 크다. 190여 개 나라가 2015년 파리기후변화협약을 통해 온실가스 감축에 합의했지만 협약 자체가 강제성이 없어 효과에 대해 회의적이었다. 실제로 이와 같은 우려는 현실이 됐다.
■ 인류에 대한 ‘코드 레드’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이번 보고서를 두고 인류에 대한 ‘코드 레드’(code red), 즉 심각한 위기에 대한 경고라며 “화석 연료와 삼림 벌채 등으로 인한 온실가스 배출이 지구를 질식시키고 수십억 명의 사람들을 즉각적인 위험에 빠뜨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스웨덴의 10대 환경운동가 그레타 툰베리는 보고서의 내용에 대해 이미 예정된 수순으로 받아들이면서 “IPCC의 새 보고서 내용은 놀랍지 않다”며 “보고서가 제시하는 과학적 근거에 바탕을 두고 결정을 내리는 일은 오직 우리에게 달렸다”고 말했다.
존 케리 미국 대통령 기후특사는 “폭염, 산불, 폭우, 홍수 등 기후위기가 빚어내는 충격은 더 극심해질 것”이라며 “이제 인류는 진짜 행동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도 “이미 우리는 무슨 일을 해야 하는지 알고 있다”며 “화석 연료를 청정에너지로 전환하고 자연과 생태계를 보호하고, 기후위기로 고통을 겪는 나라들에게 기후 자금을 제공해야 한다”고 밝혔다.
지구 온난화에 따른 기후위기의 증거들은 점점 더 뚜렷해지고 있다. 이제 기후위기로 인한, 재난에 준하는 이상기후 현상들은 주의나 주장의 차원이 아니라 실제 삶의 경험으로 드러나고 있다. 특히 올 여름 세계 곳곳에서는 살인적인 폭염과 초대형 산불, 홍수가 빈발했다. 이번 IPCC의 보고서에 따르면, 전에 경험하지 못했던 빈도와 규모의 자연재해들은 이제 본격적으로 시작된 기후재앙의 서막에 불과하다.
■ 암울한 미래, 그래도 희망을
이처럼 지구의 미래에 대한 암울한 전망에 대해 가톨릭교회 환경과 생태 전문가들 역시 동의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교회 내 전문가들은 공동체적 결단과 투신의 희망을 요청하고 있다.
교황청 과학원 회원으로 기후 과학자인 미국 산디에고 대학교 베라하드란 라마나탄 교수는 “탄소 배출을 줄인다고 해서 지구 온난화가 하루아침에 멈춘다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며 “변화를 지도자들에게만 의지하지 말고 그들에게 압력을 넣을 수 있도록 집단적이고 공개적인 요구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시카고대교구장 블레이스 수피치 추기경은 “프란치스코 교황이 회칙 「찬미받으소서」에서 지적하듯이, 현재의 불의한 상황은 오직 지금 여기서 행하는 우리의 결정적인 행동에 의해서만 극복된다”며 “환경 파괴의 영향으로 절박한 상황에 처한 이들에 대한 우리의 책임을 성찰해야 한다”고 말했다.
미국 ‘가톨릭기후협약’의 댄 미스레 집행위원장은 “이번 보고서가 인류에게 경각심을 불러일으키는 또 하나의 계기가 되길 바란다”며 “보고서는 암울한 미래를 경고하지만 그 속에서도 우리는 희망의 불씨를 찾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주교와 사제 등 “교회의 리더십 계층의 더 확고한 투신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박영호 기자 young@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