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생태

가톨릭 평화신문 - [보시니 좋았다] <1> 녹색 가족 만들기

by 가정사목부 posted Oct 13,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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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시니 좋았다] <1> 녹색 가족 만들기

가정에서 시작하는 생태적 삶, 생활 쓰레기 기록하고 문제 고민

발행일 2021-08-29 [1627호]

글 싣는 순서

① 녹색 가족 만들기

② 녹색 성당 만들기 (상)

③ 녹색 성당 만들기 (하)

④ 녹색 세상 만들기 (상)

⑤ 녹색 세상 만들기 (하)

가정은 사람이 태어나 처음 만나는 공동체다. 그리고 삶의 기본을 배우는 첫 학교다. 지구와 인류 미래를 위협하는 기후위기 시대, 온실가스를 줄이는 ‘생태적 삶’은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다. 이제 가정 안에서 ‘밥상머리 교육’을 통해 생태적 삶을 사는 법을 배울 때다.


가족 환경 지킴이 ‘반딧불벗’

인천교구 효성동본당(주임 최상진 신부)에는 참고할 만한 모범 사례가 있다. 신자 아홉가족이 회원으로 활동하는 환경단체 ‘반딧불벗’이다. 반딧불벗은 전국에서 유일하게 개인이 아닌 가족 단위로 활동하는 ‘하늘땅물벗(가족벗)’이다. 하늘땅물벗은 지구 환경을 지키기 위해 본당 신자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생태 사도직 단체다.

반딧불벗은 지난해 첫 영성체 교육을 마친 초등학교 3학년 어린이와 그 부모들이 모여 결성했다. ‘실천’이라는 작은 빛을 모아 ‘기후위기’라는 어둠을 비추자는 뜻에서 이름을 반딧불벗으로 정했다.

반딧불벗에선 어른ㆍ아이 구분 없이 가족 구성원 모두 동등한 회원 자격으로 활동한다. 주요 실천으론 ‘아이스팩 모으기’, ‘집에서 비닐 쓰지 않기’ 등과 함께 ‘반딧불벗 가정기도’ 봉헌이 있다. 「가톨릭기도서」 저녁 기도 양식에 하늘땅물벗 ‘우리 지구를 위한 기도’를 넣어 편집한 기도로, 환경의 날(6월 5일)부터 매 주일 바치고 있다. 인간이 자연 훼손 대신 보호를, 오염과 파괴가 아닌 아름다움의 씨앗을 뿌리게 해달라고 주님께 청하는 내용이다. 이와 더불어 반딧불벗은 더욱 구체적인 교육ㆍ실천 방안 마련을 위해 본지와 수차례 협의를 했다. 그리고 가정에서 온실가스를 감축하는 가장 중요한 길로, ‘쓰레기 줄이기’를 정하고 체험활동을 하기로 했다.


반딧불벗 회원들은 손수 분리배출한 쓰레기가 어떻게 새롭게 쓰일지 궁금해했다. 특히 아이들은 직접 눈으로 보고 체험하기를 원했다. 첫 방안은 돈 받고 팔기였다. 재활용품을 ‘자원순환가게’에 가져가면 무게를 달아 보상금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아쉽게도 주변에 자원순환가게가 없었다. 인천에는 7월이 돼서야 첫 자원순환가게 ‘어울림’이 부평구에 들어섰다.

쓰레기와 함께 한 일주일

돈을 아끼려면 가계부를 써야 하는 법. 집에서 얼마나 많은 쓰레기가 나오는지 알 필요가 있었다. 그래서 반딧불벗 회원 중 여덟가족이 6월 12~18일 일주일간 생활 쓰레기를 모았다. 가족 구성원들은 매일 밤 하루 치 쓰레기를 사진으로 찍어 기록한 뒤, 함께 대화를 나눴다. 어린이들은 일기장에 그 날 느낀 바를 적었다.

처음엔 “이걸 왜 하지?”라며 어리둥절해 하는 반응도 있었다. 이후 불어나는 쓰레기를 두 눈으로 본 아이들은 차츰 문제의식을 느꼈다. 코로나19로 외부활동이 제한된 만큼, 주로 배달음식과 일회용품ㆍ택배 쓰레기에 관한 반성이 많았다. 용케도 쓰레기를 줄이기 위해 군것질을 줄이겠다는 대책을 세운 아이들도 있었다. 솔직담백한 차승민(마리오)군의 소감을 대표로 공개한다.

6월 12일 - 생각보단 적은 양의 쓰레기가 나온 거 같다.

6월 13일 - 토요일보다 확실히 많이 나온 거 같다.

6월 14일 - 요구르트를 조금은 줄여야 할 거 같다.

6월 15일 - 치킨이 맛있었지만, 지구를 생각하지 못했다.

6월 16일 - 부모님이 맥주를 줄여야겠다.

6월 17일 - 엄마·아빠가 맥주 좀 그만 먹으면 좋겠다. 아, 나도 치킨 많이 먹네.

6월 18일 - 첫날과 비슷하거나 적게 나온 거 같다. 예!!!


올바른 분리배출 배우기

쓰레기를 줄이는 만큼 중요한 일이 ‘제대로 버리기’다. 올바른 분리배출은 쓰레기 재활용률을 높인다. 생각만큼 쉬운 일은 아니다. 정확한 정보와 세심한 손길이 필요하다. 만약 알루미늄 마개를 떼지 않은 요구르트병을 플라스틱 수거함에 넣으면 어떻게 될까? 재활용을 위해 녹이는 과정에서 문제가 생겨 재생 원료 품질이 나빠진다. 겉보기와 달리 재활용이 안 되는 쓰레기도 많다. 종이인 척하는 비닐 코팅지나 컵라면 용기ㆍ일회용 컵은 종량제 봉투에 넣어 버려야 한다.

반딧불벗은 올바른 요령을 익히기 위해 일주일간 모은 쓰레기를 함께 분리 배출하기로 했다. 6월 19일 토요일 오후, 어린이 미사를 앞둔 효성동성당 마당 한쪽엔 한바탕 ‘쓰레기판’이 벌어졌다. 모인 쓰레기 양을 본 아이들은 “예상보다 두 세배는 더 많다”며 울상을 지었다.

회원들은 가족별로 △종이류 △금속 캔ㆍ고철 △유리류 △플라스틱류 △비닐류 △스티로폼을 분류했다. 올바른 요령을 알기 위해 환경부에서 개발한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 ‘내 손안의 분리배출 앱’을 이용했다. 사진과 함께 품목별 분리배출 방법을 상세히 안내해 유용한 앱이다. 가족들은 ‘분리배출 핵심 원칙 4가지’ △비우기 △헹구기 △분리하기 △섞지 않기를 준수했다. 용기와 비닐은 안에 남은 내용물을 비우고, 물로 깨끗이 헹궜다. 페트병은 라벨을 벗겨낸 뒤, 발로 밟아 부피를 줄였다. 우유갑도 납작하게 폈다. 종이상자에 붙은 테이프와 송장 스티커도 떼어냈다.

이날 체험활동을 지도한 홍다혜(마리 소화 데레사, 노틀담수녀회) 수녀는 어린이들에게 종종 ‘분리배출 퀴즈’를 냈다. “부탄가스통은 어떻게 배출해야 하는지 아는 사람 있나요?” 페트병을 분류하던 한 아이가 손을 번쩍 들고 힘차게 대답했다. “터질 수 있으니 통에서 가스를 다 뺀 다음 구멍을 뚫어 ‘캔’ 수거함에 버려요!”

분리배출은 약 1시간 만에 끝났다. 재활용 안 되는 쓰레기도 20ℓ 종량제 봉투 1장이 꽉 찰 정도로 나왔다. 심하게 오염된 일회용기나 치킨 상자 속 기름종이, 다양한 재질이 혼합돼 재활용이 힘든 칫솔 따위다.

부모님ㆍ친구들과 힘을 모아 과업을 마친 아이들은 종류별로 말끔히 분류된 쓰레기를 보고 흡족해했다. 오준이(로즈마리)양은 “지구를 조금이라도 도와준 것 같아 뿌듯하다”며 “앞으로도 환경을 잘 지키겠다”고 약속했다. 이정민(루카)군은 “햇볕이 너무 뜨거워 힘들고 지쳤다”면서도 “직접 분리배출 해놓으니 깨끗해서 기분이 좋다”고 말했다.


쓰임새가 많은 재활용품
 

한편 구청이나 주민센터에서 생필품과 바꿀 수도 있었다. 하지만 교환 가능한 품목이 적은 게 단점이었다. 성당 인근 주민센터에서는 우유갑을 화장지로, 폐건전지를 새 건전지로 바꾸는 게 전부였다.
 

최종 방안은 ‘제로웨이스트숍’에 가져가는 것이었다. 제로웨이스트숍은 모든 제품이 재사용될 수 있도록 장려하며, 쓰레기를 최소화하는 소비 형태를 제공하는 가게다. 제로웨이스트숍에선 자원순환과 함께 지구를 살리는 소비도 할 수 있었다. 무포장을 원칙으로 친환경 제품을 판매하기 때문이다. 반딧불벗 어린이 회원 7명은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 6월 24일 인천 최초 제로웨이스트숍을 방문했다. 지난해 6월 남동구 구월동에 문을 연 ‘소중한모든것’이다.
 

쓰레기의 변신

 

소중한모든것은 출발지인 효성동성당에서 약 11㎞ 떨어져 있다. 자가용으로는 약 40분, 대중교통으로는 1시간 정도 걸리는 거리다. 오가는 길이 11살 어린이들에겐 다소 벅찰 수 있다. 기자가 “차 타고 갈래, 버스나 지하철 타고 갈래?”라고 묻자 아이들이 일제히 눈을 동그랗게 뜨고 외쳤다. “당연히 버스나 지하철 타야죠! 차 타면 온실가스 많이 나오잖아요!”
 

인천 95번 빨간 급행버스를 타고 도착한 소중한모든것. 간판 역할을 하는 초록색 가림막에는 상호와 함께 ‘열린작업실’이라고 적혀 있었다. 소정(34) 소중한모든것 대표가 천연비누와 디퓨저ㆍ캔들 등을 손수 만들어 파는 까닭이다.
 

소중한모든것에서 재자원화하는 재활용품은 8종류였다. △우유갑 △쇼핑백(종이가방) △유리병 △비닐ㆍ종이 에어캡(‘뽁뽁이’라고 불리는 완충재) △플라스틱 병뚜껑 △헌 크레파스 △투명비닐 △스팸 통조림통이다.
 

재활용품은 각자 행선지가 다르다. 우유갑은 주민센터에서 종량제 봉투로 교환된다. 비닐 에어캡은 우체국에서 재사용된다. 유리병과 쇼핑백ㆍ종이 완충재는 매장에서 쓰인다. 새로운 모습으로 거듭나는 재활용품도 있다. 플라스틱 병뚜껑이다. 이렇게 작은 플라스틱은 선별장에서 분리하기가 어려워 대부분 소각된다. 그래서 서울환경연합 ‘플라스틱 방앗간’에서는 뚜껑을 모아 치약짜개 같은 다회용품으로 만든다. 다만 PP(폴리프로필렌)와 HDPE(고밀도 폴리에틸렌) 재질 뚜껑만 받는다. 가공과정에서 오염 물질이 가장 적게 발생하는 까닭이다. 방앗간으로 보낼 때는 먼저 색깔별로 분리해야 한다. 한편 일부 재활용품은 사회적 기업으로 보내져 새 삶을 얻는다. 헌 크레파스는 새 몽땅 크레파스로, 투명 비닐은 방수 파우치, 스팸 통은 핫팩 패키지로 재탄생한다.

 

이날 반딧불벗 어린이들이 가져온 재활용품은 병뚜껑과 에어캡ㆍ우유갑ㆍ종이가방 등 4종. 소정 대표는 고사리손으로 내민 재활용품을 받아들 때마다 ‘자원순환쿠폰’을 하나씩 내밀었다. 소중한모든것에선 자원 순환 품목당 1종류당 도장을 1개씩 찍어준다. 하루에 최대 3개까지 모을 수 있다. 도장 20개를 채우면 매장에서 제품을 살 때 10% 할인을 받을 수 있다. 또는 병뚜껑으로 만든 치약짜개나 10ℓ 종량제 봉투 1장을 받을 수 있다. 쿠폰을 쥔 어린이들은 “도장을 다 모으고 싶다”며 의지를 불태웠다. 특히 치약짜개에 눈독을 들였다. 그리고 나란히 모여 앉아 매장에 쌓인 병뚜껑을 색깔별로 열심히 분류했다.

 

정말 필요한 것만! ‘녹색 구매’

 

아이들이 이날 챙겨온 것은 재활용품만이 아니었다. 각자 지갑에는 부모님이 준 용돈이 2만 원씩 들어 있었다. 지구를 살리는 ‘녹색 구매’를 배우는 데 필요한 준비물이다. 녹색 구매는 ‘꼭 필요한 것만 사기’가 최우선 원칙이다. 불필요한 구매를 줄이면 재료와 에너지를 절약할 수 있다. 녹색 구매는 생산에서 소비ㆍ폐기에 걸친 전체 원가를 줄일 수 있는 제일 나은 방법이다.

 

<녹색 구매 실천 방안>

- 친환경이나 재활용된 원료를 사용한 제품 사기

- 일회용보다 재활용ㆍ재사용ㆍ생분해 가능한 제품 사기

- 새로운 용기를 사기보다 이미 있는 용기에 리필하기
 

소중한모든곳에서 판매하는 상품 가짓수는 약 80개. 천연 수세미와 주방 비누ㆍ대나무 칫솔ㆍ커피 찌꺼기로 만든 연필ㆍ고체 치약 등 주로 친환경 제품이다. 가게 안에는 원하는 만큼 샴푸나 소금 등을 소량으로 담아갈 수 있는 리필 스테이션도 있다. 용기를 들고 와 이용하면 된다.
 

진열된 상품을 구경하는 어린 반딧불벗 회원들의 눈이 반짝거렸다. 자기가 사고 싶은 물건과 가족에게 줄 선물까지 골랐다. 빈 병을 들고온 아이는 리필스테이션에서 1g당 5원 하는 ‘히말라야 핑크’ 소금을 담았다. 다행히 ‘꼭 필요한 것만 사기’라는 원칙을 잊진 않은 모양이다. 아이들은 문득문득 손에 쥔 물건을 바라보며 고뇌했다. 향초 라이터를 들고 5분 넘게 고민하던 아이는 결국 한숨을 한번 내쉬곤 내려놓았다. 소 대표도 아이들이 계산대에 상품을 올릴 때마다 질문을 던졌다. “이거 정말 꼭 사고 싶은 것 맞지?” 그 말에 움찔하며 물건을 있던 자리에 갖다놓은 아이들도 적지 않았다.
 

이날 반딧불벗 어린이 회원 7명은 적게는 8000원, 많게는 1만 8000원어치 물건을 샀다. 다회용 빨대가 가장 인기가 많았다. 커피 찌꺼기로 만든 연필과 공책ㆍ머리끈이 그 뒤를 이었다. 연필을 들고 요리조리 둘러보던 허유찬(가브리엘)군은 “커피 찌꺼기로 이런 걸 만든다는 게 감동적이다. 가슴이 웅장해진다”고 말했다. “돈을 만들 때도 돈이 필요하다고 책에서 봤다”며 “필요 없어진 물건은 재활용하거나 팔아 깨끗한 지구를 만들도록 돕겠다”고 다짐했다.
 

반딧불벗은 이번 쓰레기 줄이기 체험활동을 정례화하기로 했다. 곧 출범할 2기도 쓰레기를 모아 분리배출ㆍ자원순환을 해보고, 녹색구매도 체득할 예정이다. 홍다혜 수녀는 “아이들과 함께하는 생태적 회개와 실천이 우리를 변화시키고 힘을 내게 한다”며 지구를 살리는 가족벗이 늘어나면 좋겠다고 희망했다.
 

※본 기획물은 정부광고 수수료로 조성된 언론진흥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이학주 기자 goldenmouth@c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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