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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 평화 신문 - 미혼부 출생신고 문턱 낮추고, 생명 나눔 물결 만들다

by 가정사목부 posted Oct 28,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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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혼부 출생 신고 문턱 낮추고,

생명 나눔 물결 만들다

2021.10.24 [1634호]

 

가톨릭평화신문은 지난해부터 아이를 혼자 키우는 미혼부 아빠들의 사연과 개선을 요구하는 특집 기사, 사설을 집중적으로 게재했다. 보도가 이어지면서 미혼부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준 것은 물론 그동안 가려져 있던 미혼부 문제가 드러나면서 제도적 개선책을 마련하는 계기가 됐다. 또 고 김봉기 신부, 고 정진석 추기경의 장기기증 사례를 잇달아 보도했다. 이런 보도는 코로나19로 장기기증 희망자 수가 줄어든 가운데 세상을 비추는 한 가닥 빛이 됐다. 나비의 작은 날갯짓이 세상을 바꾼다고 한다. 가톨릭평화신문 보도가 불러온 선한 나비효과를 살펴본다.

선한 나비효과 1
소외됐던 미혼부, 세상 밖으로


지난 6월 8일 저녁, 신문을 발간하고 여유로운 저녁 시간을 보내고 있을 때 전화가 왔다. 휴대전화 화면에 뜬 이름은 송창민, 지난 2월 28일 자(1602호) ‘사랑이 피어나는 곳에’를 통해 사연을 보도했던 미혼부 가연이 아빠였다. “기자님, 판결이 났습니다. 가연이한테 주민등록번호가 생겼습니다. 이제 가연이도 남들처럼 당당하게 학원도 가고 학교도 갈 수 있게 됐습니다. 가톨릭평화신문 기사가 너무 큰 도움이 됐습니다. 감사합니다.”

육삭둥이로 태어난 가연(5)이는 주민등록번호가 없었다. 집을 나간 친모는 가연이가 2년 후면 초등학교에 입학해야 하는데도 갖은 핑계를 대며 출생신고에 협조하지 않았다. 수원교구 사회복음화국 김창해 신부가 신자가 아니었던 송씨를 위해 기꺼이 후원자로 나섰고 많은 사람이 송씨를 돕기 위해 지갑을 열었다. 기사는 재판에서도 결정적 도움이 됐다.

6월 13일 자(1613호) 신문에는 초등학교 1학년 딸을 키우는 한부모 가정의 아빠이자 미혼부를 돕는 단체인 ‘아빠의 품’ 김지환 대표의 사연이 실렸다. ‘아빠의 품’은 국내 단일단체 및 단일기관 중에 출생신고 관련 소송을 제일 많이 하는 곳이다. 작년에만 19명, 올해도 12명째 출생신고 소송을 진행했고 그 비용은 고스란히 김 대표의 몫이었다. ‘아빠의 품’은 후원금을 걷을 수 없는 임의단체기 때문이다. 그동안 김 대표가 여행업과 유치원에 욕실 용품을 공급하는 지인 업체에서 일하면서 각종 소송비용과 긴급생계비를 충당했지만, 코로나19로 지인의 사업이 어려워지면서 잔고가 바닥났다. 이런 사연이 소개되자 수천만 원이 걷혔고 한 독자는 매달 20만 원을 기탁하겠다는 의사를 전했다.

지난해 8월 30일 자(1578호) 신문에는 2019년 11월 태어난 해운이(가명)의 사연이 실렸다. 한국인 아빠와 베트남 엄마 사이에서 태어난 해운이는 태어난 지 열 달이 되도록 법적으로 존재하지 않은 아이였다. 주민등록번호가 없으니 출산 장려금이나 아동수당, 그 흔한 기저귀 한 장, 분유 한 통도 국가에서 지원받은 적이 없었다. 병원에 가면 치료비를 몽땅 자기 돈으로 내야 했다. 사연이 보도된 후 해운이를 돕겠다는 사람들이 줄을 이었고 한 독자는 옷을 보내겠다면서 주소를 묻기도 했다. 기사가 나간 후 석 달 뒤 해운이는 주민등록번호를 받았다.

본지는 사설을 통해서는 제도 개선과 교회의 관심을 촉구했다. 이후 여성가족부는 미혼부가 출생신고 이전에도 가정법원에 제출한 친생자 출생신고 확인신청서, 유전자 검사결과, 사회복지 전산관리번호를 주민센터에 제출하면 신청한 시점까지 소급해 아동양육비를 받을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했다. 또 미혼부 자녀에게 건강보험도 계속해서 적용하기로 했다. 지난 4월에는 친모가 협조하지 않더라도 미혼부가 법원을 통해 출생신고가 가능하도록 제도를 개선하겠다고 약속했다. 교회도 미혼부 문제를 돌아보고 적극적인 관심을 기울이는 계기가 됐다.

 

선한 나비효과 2
고 김봉기 신부·고 정진석 추기경 장기기증, 세상을 비추는 한 가닥 빛


수원교구 김봉기 신부의 장기기증을 다룬 ‘모든 것 내어주고 주님 품에 안긴 참 목자’(1623호)라는 제목의 기사는 100여 명에게 새 삶을 준 사제의 삶이 큰 울림을 줬다. 김봉기 신부가 뇌출혈로 선종한 건 지난 7월 10일 12시 35분. 연합뉴스 등 여러 언론에 부고 기사가 실렸다. 가톨릭 사제가 장기기증을 했다는 내용이 추가됐다. 하지만 김 신부의 장기기증은 안구, 뼈, 힘줄까지 인체조직을 모두 기증한 흔하지 않은 사례였다.

본지 기사에는 평소 장기기증 약속부터 가톨릭대학교 성빈센트병원에서 진행된 안구, 뼈를 비롯한 인체조직 채취와 이식과정이 실렸다. 아울러 해외선교사를 도왔던 미바회 활동, 택지 개발에 밀려 철거 위기에 놓였던 옛 구산성당 이전에 앞장섰던 과정까지 그의 삶도 잔잔하게 녹아났다. 특히 김 신부가 즐겨 불렀던 가곡 명태의 “짝짝 찢어지어 내 몸은 없어질지라도 내 이름만 남아 있으리라”라는 가사 내용과 육신을 온전히 내놓은 김 신부가 연상되면서 많은 사람의 마음을 움직였다. 본사 홈페이지는 물론 페이스북, 기사를 링크한 수원교구 홈페이지에도 수백, 수천 명의 사람들이 ‘좋아요’를 누르고 댓글을 다는 등 큰 관심을 보였다.

8월 중순에는 서울시립대 총동창회보 편집장에게 “봉사의 삶을 산 김봉기 신부를 소개하고 싶다”고 연락이 왔다. 9월 중순 발간된 동창회보에는 본지 기사를 토대로 ‘고 김봉기 동문을 추모하며, 짝짝 찢어지어 내 몸은 없어질지라도’라는 글이 실려 있었다.

“김봉기 신부님의 선종 소식을 접하고 며칠 동안 마음이 고요해졌다. 한밤중 깊숙이 넣어 놓았던 대학 시절 앨범을 꺼내 놓고 추억을 회상해 본다. 거의 40여 년 전의 이야기들이 앨범의 사진 속에 고스란히 남아 있었다. 누가 그랬던가. 세월은 지나가는 것이 아니고 쌓여가는 것이라고. 삶은 얼마나 오래 살았느냐가 아니라 얼마나 깊이 살았느냐가 중요한 것이라고 믿는다.”

 

▲ 정진석 추기경이 2006년 서울대교구 성체대회 때 작성한 헌신봉헌서.


지난 3월 7일 자 1603호 신문에는 노환으로 투병 중인 정진석 추기경이 오래전 장기기증 의사를 밝혔다는 내용이 실렸다. “서울성모병원에서 노환으로 투병 중인 정진석 추기경이 2006년 뇌사 시 장기기증과 사후 각막기증, 2018년 연명치료를 하지 않겠다고 약속한 사실이 확인되면서 우리 사회에 장기기증 및 연명치료에 관한 관심이 다시 높아지고 있다.” 이어 4월 선종 직후 발행된 신문(1611호)에는 약속대로 장기 적출이 이뤄졌음을 알렸다. 정 추기경 선종 이후 한마음한몸운동본부에는 평소보다 많은 상담전화와 장기기증 희망신청자의 문의가 잇따랐다.

한국장기조직기증원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코로나19 확산의 영향으로 장기기증 희망 등록자가 줄었다. 희망자 6만 7160명으로 전년도 9만 350명보다 2만 3190명, 25%가 감소했다. 그러나 장기이식을 기다리는 사람은 여전히 많다. 장기이식 대기자는 3만 5852명, 장기이식 수술대기 일수는 평균 1850일이다. 이런 상황 속에서 두 사람의 장기기증, 그리고 이를 전한 본지의 보도는 사회를 비추는 한 가닥 빛이자 선한 마음을 확산시키는 계기가 됐다.


이상도 기자 raelly1@c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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