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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과 생명의 문화를 만들자] 생명의 보금자리 '가정'

- 가정에서부터 사랑과 생명의 문화 -

(9)노년기 - 독거노인 돌봄

2021-10-10 [제3264호, 18면]

지난해 독거노인 가구는 전체 고령자 가구의 35.1%를 차지했다. 이는 166만1000가구로, 고령자 1인 가구는 그 수가 계속 증가해 2037년에는 현재의 2배가 넘는 355만1000가구에 이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가족 구성원들이 홀로 사는 노인을 돌보는 일은 자살 등으로 인한 고독사 등을 막을 수 있는 또 하나의 생명 수호 활동이다. 이러한 활동은 자신의 미래와 삶을 노인을 통해 들여다볼 수 있다는 점에서도 생명의 소중함을 인식하게 한다. ‘가정에서부터 사랑과 생명의 문화’ 기획 이번 편에서는 가정에서의 독거노인 돌봄 필요성과 교회 활동을 살펴본다.

■노인과 함께하는 교회

“내가 언제나 너희와 함께 있겠다.”(마태 28,20) 프란치스코 교황은 올해 첫 ‘세계 조부모와 노인의 날’(가칭)을 지내며 이 말씀을 주제로 담화를 발표했다. 교회는 언제나 노인들과 함께 있겠다는 뜻을 더욱 널리 알리고 구체적으로 실천하는 노력의 하나로 이날을 제정했다. 코로나19가 전 세계적으로 유행하는 시기에 이날의 의미를 더욱 강조하는 이유는 우리 모두, 특히 노인들이 힘든 시기이기에 노인들에게 더욱 관심을 기울이고 함께해야 한다는 뜻이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담화에서 “우리 가운데 많은 이들이 병들고, 또 어떤 이들은 세상을 떠나거나 배우자나 사랑하는 이들을 잃었고, 또 다른 이들은 오랜 시간 고립되어 홀로 있어야 했다”며 예수님의 외조부 성 요아킴이 자녀가 없어 소외감을 느낄 때 주님께서 천사를 보내 위로하신 것처럼 “모든 할아버지·할머니, 노인, 특히 우리 가운데 가장 외로운 이들이 천사의 방문을 받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 ‘작은 교회’ 가정, 독거노인 돌봄은 생명 수호 활동

프란치스코 교황의 당부처럼 ‘작은 교회’ 가정에서도 노인과 함께하는 일은 매우 중요하다. 노인, 그중에서도 가족과 떨어져 살고 있는 노인을 돌보는 일은 이들이 자살 등으로 세상을 홀로 쓸쓸히 떠나는 위험을 막을 수 있는 생명 수호 활동이기 때문이다. 실제 보건복지부와 한국생명존중희망재단이 발간한 「2021 자살예방백서」에 따르면 65세 이상 노인층은 최근 30년 이상 전 연령층 가운데 가장 높은 자살률을 보였다. 2019년 기준 연령대별 자살률에서도 나이가 많을수록 그 비율이 높았는데, 70대와 80세 이상의 자살률은 각각 인구 10만 명당 46.2명과 67.4명이었다. 이는 50대(33.3명)와 60대(33.7명) 자살률과 비교해 그 수치가 현저히 높았다.

이 같은 자살 충동을 느끼는 이유에 대해 노년층은 경제적 어려움, 신체적·정신적 질환과 장애, 외로움과 고독, 가정불화 등을 이유로 꼽았다. 그 가운데에서도 2020년 기준 노년기 남성 5명 중 1명(20.4%), 여성 4명 중 1명(24.3%)은 외로움과 고독, 가정불화 탓에 자살 충동을 느꼈다고 밝혔다. 독거노인 돌봄과 가정 문제 해결이 생명 수호 활동이 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 독거노인 돌보며 생명의 소중함 인식

가정에서부터 독거노인 돌봄을 통해 노인과 함께하는 사랑 실천 행위는 가족 구성원들이 자신의 미래와 삶을 미리 보고 생명의 소중함을 인식할 수 있게 한다. 홀로 떨어져 살고 있는 노인을 찾고 관심을 기울일 때마다 가족 구성원은 그 과정에서 노인은 자신의 미래이며, 언제든 세상을 떠날 수 있는 생명이라는 점을 인식하면서 노인을 더욱 소중한 인격체로 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은 인간 생명의 가치와 불가침성에 관한 회칙 「생명의 복음」 94항에서 “노인을 무시하고 그들을 철저하게 거부하는 행위는 용인할 수 없다”며 생명의 복음을 전하는 이로서 노인 역할을 강조한다. 교황은 같은 항에서 “노인들이 가정 안에, 또는 주거 공간이 좁거나 다른 이유들 때문에 가정 안에 있을 수 없는 경우, 적어도 가정과 가까이 존재한다는 사실은 서로 다른 연령 집단들 사이의 상호 작용을 불러일으키고, 의사소통을 풍요롭게 만들어 주는 근본적인 중요성을 지니고 있다”며 “노인들은 스스로 생명의 복음에 대한 가치 있는 공헌을 하고 있다”고 설명한다.


■ 독거노인 돌봄엔 ‘관심’

가족 구성원들이 독거노인들을 돌보기 위해 우선적으로 갖춰야 할 것은 무엇일까. 교회는 ‘관심’이 가장 중요하다고 조언한다. 노인, 특별히 홀로 떨어져 있는 노인에게 관심을 갖는 일은 그 자체로 생명을 살리고 인간의 존엄성을 높이며 사랑과 생명의 문화를 사회에 형성할 수 있는 해법이라는 뜻이다. 이에 대해 주교회의는 가정을 위한 교서 「가정, 사랑과 생명의 터전」 75항에서 ‘독거노인을 비롯한 소외된 이들 가정에 대한 사목적 배려’의 필요성을 언급하면서 “오늘날과 같은 핵가족 시대에는 자녀의 무관심과 소외로 고뇌하는 노인, 그리고 독거노인에 대한 관심과 배려가 절실히 필요하다”고 밝혔다.

교황청 평신도와 가정과 생명에 관한 부서 장관 케빈 패럴 추기경도 ‘세계 조부모와 노인의 날’ 사목 안내문에서 이날을 제정한 것은 “모든 노인이 가정 안에서 살아가는 환경이 필요하다는 인식, 가족들이 그들의 연로한 가족 구성원의 역할에 대해 알아야 한다는 인식에서 나온 신중한 선택”이라고 전했다. 노인과 가족 간 관계가 더 이상 당연하지 않은 사회에서 가정은 노인에 관심을 기울이고, 교회는 연로한 부모와 성인 자녀 사이의 관계 등에 초점을 맞춘 가정 사목을 할 필요가 있다는 설명이다. 그러면서 패럴 추기경은 개인과 교회가 노인 곁에 있을 수 있는 여러 방식 중 쉽고 매우 효과적인 것이 ‘노인 방문’이라며 ‘독거노인 방문’을 권고했다. 패럴 추기경은 특별히 노인을 방문하면서 ‘언제나 함께 있겠다’는 말을 건넬 것을 당부했다.


■ 무관심 속 독거노인 돌봄 위해 교회는

독거노인 돌봄은 가정에서부터 이뤄져야 하지만, 그럴 수 없는 상황에 처한 가정을 돕기 위해 한국교회는 다양한 독거노인 돌봄 활동을 펼치고 있다.

서울대교구 사회사목국 노인복지위원회 성모노인쉼터는 독거노인들에게 경제적·신체적·사회적·정서적·신앙적 측면에서 실질적인 돌봄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월세 지원과 병원 연계를 통한 무료 의료 지원, 반찬 나눔 사업을 진행하고 있고, 영성 교육과 심리 상담, 세례·병자성사, 장례 미사 등도 지원하고 있다. 성모노인쉼터 시설장 최성균 신부와 사회 복지사 등이 거동이 불편한 독거노인을 직접 방문하고 있고, 봉사자들이 주기적으로 전화해 독거노인들의 안부를 묻고 있다.

대전교구에서는 교구 사회복지국이 매달 독거노인과 행려인에게 쌀과 라면 등을 제공하고 있고, 교구 사회복지협의회는 평균 한 달에 한 번 각 본당 사회복지분과가 관할 구역 내 독거노인들을 찾아 생필품과 반찬 등을 전달하고, 말동무가 돼 줄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성모노인쉼터 시설장 최성균 신부는 “가족이 함께 사는 것 자체가 효 사상의 근간이고 기본인데 지금은 맞벌이 등으로 그게 무너졌다”며 “독거노인 돌봄은 가정에서부터 이뤄져야 하고, 가족이 따로 떨어져 살더라도 노인을 자주 찾아뵙고 공경하고 사랑을 실천해야 한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최 신부는 “그 힘은 기도에서 나온다”며 “하느님께 받은 사랑으로 내적인 힘을 얻어 독거노인을 잘 돌볼 수 있도록 늘 모두가 기도해야 하고, ‘부모에게 효도하여라’라는 주님의 넷째 계명을 잘 지켜야 한다”고 밝혔다.

 

이소영 기자 lsy@catime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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