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교회의 생명윤리위원회, 아버지 역할 주제 세미나
발행일 2021-11-28 [제3271호, 2면]
자녀 출산과 양육 과정에서 그동안 간과됐거나 소홀히 여겨졌던 아버지의 역할에 대해 고민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주교회의 생명윤리위원회(위원장 문희종 주교, 이하 위원회)는 11월 20일 ‘부성: 가정 안에서 아버지의 역할’을 주제로 2021년 정기 학술 세미나를 열었다. 특별히 위원회는 이번 세미나를 통해 성 요셉의 해로 지내는 올해, 요셉 성인이 보여줬던 아버지상을 바탕으로 현시대 가정 안에서 아버지들이 실천해야 할 부성에 대해 신학적으로 조명하고 가정 내 아버지 역할 확대 방안을 제시했다.
가톨릭대 생명대학원 교수 박은호 신부는 ‘혼인과 가정 신학에서 바라본 부성’을 주제로 발제하며, 부성의 상실 시대에 참된 아버지의 의미와 소명에 대해 살폈다.
박 신부는 “현 시대는 물리적으로는 존재하지만, 아버지의 의미와 ‘소명’을 살아가지 못하는 아버지들의 사회가 됐다”면서 “우리가 하나의 인격으로 살아가고 성숙하기 위해서 부성은 선택사항이 아니라 필요조건이기 때문에 아버지의 현존을 다시 살려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박 신부는 ▲부부 사랑의 결실인 자녀를 낳고 ▲자녀에게 이름을 지어줘 이들을 가족과 사회 안으로 받아들이고 ▲부부의 사랑과 가정, 자녀를 지켜내며 ▲자녀를 사회의 일원으로 함께 살아갈 수 있도록 가르치는 아버지의 역할을 수행하며 부성을 실현해야 할 것이라고 당부했다.
전북대 아동학과 이영환(소화데레사) 교수는 ‘21세기 아버지의 부모역할’을 주제로 발제하며 출산과 양육 과정에서 아버지의 역할에 대해 고찰하고, 아버지들이 부성을 수행할 수 있는 제도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이 교수는 “과거 아버지의 전통적인 역할이 가족을 물질적으로 지원해야 한다는 책임을 강조했다면, 오늘날의 사회적 변화는 아버지가 더 이상 자녀 출산과 양육에서 보조자로 남아있는 것을 허락하지 않는다”면서 “아버지들은 자녀의 일상적 양육에 더 많은 시간과 책임감을 투자하도록 요구받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향후 가사 노동과 자녀 양육에서 아버지의 역할이 커질 것이 예상된다면서 “이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남성의 육아휴직 확대 등 정책적,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생명윤리위원회 위원장 문희종 주교는 학술 세미나 환영사에서 ‘단순히 아이를 낳는다고 해서 아버지가 되는 것이 아니라 그 아이를 돌보겠다는 책임감을 느껴야 아버지가 되는 것’이라는 프란치스코 교황의 말씀을 전하며 “오늘 이 자리가 부성의 상실, 아버지의 부재, 부성이 부정되는 시대에 참된 부성의 의미를 회복하고 한국 사회의 혼인과 가정의 위기를 극복하는데 작은 밑거름이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최용택 기자 johnchoi@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