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리신앙 깊어가는 믿음] <18>
하느님에 대한 아이의 물음, 어떻게 대답해야 하죠?
발행일 2021-12-05 {제3272호, 11면]
“여섯 살 아이를 키우고 있는데요, 아이가 가끔 제가 대답하기 곤란하고 어려운 질문을 합니다. 하느님에 대해 묻기도 하고, 자기 존재에 대해 질문하기도 해요. 예를 들어 ‘하느님은 하늘에 살아?’, ‘(엄마 아빠 연애 때 사진을 보며) 나는 왜 여기 없어?’와 같은 질문들이요. 마음 같아선 제가 아는 선에서 최대한 잘 대답해주고 싶은데, 저는 교리도 잘 모르고 알려준다고 해도 아이에게 부정확한 내용을 전해주게 되는 건 아닌가 싶어 망설여집니다.”
체험하고 인지하는 세계가 점점 확장되면서 유아들은 세상의 모든 것에 대해 질문하기 시작합니다. 하늘에 왜 구름이 떠 있는지, 깜깜한 것이 싫은데 밤은 왜 있는지 등 세상의 이치에 대해서도 쉴 새 없이 묻습니다. 그런데 어떠한 현상이 ‘왜’, ‘어떻게’ 일어나는지 궁금해하는 유아들의 질문은 사실 그 현상이 일어나는 인과관계를 알고 싶어 하는 것이 아니라 그 현상의 목적과 의미를 알고 싶어 하는 경우가 더 많습니다. 따라서 어린 자녀가 질문을 할 때, 때로는 과학적 원리나 정확한 답을 설명하는 것보다 하느님의 관점에서 그 목적과 의미에 대해 설명하는 것이 효과적입니다. 우리 신앙인에게 이 세상을 창조하시고 세상의 모든 현상의 목적과 의미를 마련하신 분은 바로 하느님이시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볼까요? 아름다운 노을을 보며 아이가 말합니다. “엄마! 노을이 예뻐. 노을은 어떻게 생기는 거야?” 아이가 이렇게 질문해왔을 때 신앙이 없는 부모는 보통 “응, 노을이 참 아름답다. 해 질 무렵 여러 색의 빛 중 유독 붉은 빛이 우리 눈에 오래 머무르면서 생겨나는 거야” 하고 원리를 알려주는 대답을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신앙이 있는 부모는 하느님과의 연결성 안에서 이렇게 응답할 것입니다. “그래, 정말 아름답지? 이 아름다운 노을도 하느님께서 만드신 거야. 하느님께서 지구 반대편 나라에 사는 사람들도 비춰주시려고 해를 만드셨어. 해가 지면 아쉬워할 우리를 위해 하느님께서 이렇게 예쁜 노을을 선물로 주셨지”하고 말입니다.
이와 같이 하느님의 시선에 초점을 둔 응답을 통해 부모의 아이와의 일상의 대화는 자연스럽게 하느님에 대한 대화로 전환됩니다. 이처럼 영유아기 때부터 자녀와 신앙의 대화를 지속적으로 나누는 것은 영유아기 자녀의 내면에 반드시 확립되어야 하는 기본 신뢰감(Basic trust)을 형성하는 데 큰 도움이 됩니다. 자녀의 질문에 대해 어떻게 응답하면 좋을지에 대한 물음에 어린이 종교교육을 연구한 여러 학자들은 공통적으로 다음의 3가지를 강조하며 답을 내리고 있습니다.
첫 번째는 자녀의 질문에 정확한 대답을 해주어야 한다는 압박감을 느끼지 않아도 된다는 것입니다. 모를 때는 엄마, 아빠도 잘 모르는 것이라고 솔직하게 인정하는 것이 더 좋습니다. 이치를 잘 설명해주기 어려울 때는 부모가 만난 하느님에 대한 느낌을 나누어 줄 수 있습니다. 그 안에서 자녀들은 지성으로는 다 헤아릴 수 없는 하느님의 신비, 신앙의 신비가 있다는 것도 알게 될 것입니다.
두 번째는 자녀가 던진 말이나 질문을 가벼이 여기지 않고 수용적인 자세로 받아주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아이들은 자신의 질문을 과소평가하거나 불필요한 것으로 치부하는 말투나 태도 안에서 크게 상처를 받기 때문에 한 번이라도 그런 경험을 하고 나면 궁금한 것이 생겨도 부모에게 질문하기를 꺼리게 됩니다. 따라서 자녀가 질문을 할 때는 당장 최선의 답을 줄 수 없더라도 우선 수용해주고 경청하는 자세를 보여주어야 합니다.
세 번째는 부모의 표현 안에서 자녀들은 자비로우며 사랑이 많으신 하느님 상(像)을 가질 수 있다는 것입니다. 아이들은 자신의 엉뚱하고 가벼운 질문에 친절하게 응답해주는 부모와의 대화 안에서 자연스럽게 하느님을 감지하게 됩니다. 이것을 바로 ‘체험된 신앙’(experienced faith)이라고 합니다. “하느님은 우리가 잘못을 뉘우칠 때 사랑으로 품어주시는 분이야” 와 같은 표현을 자주 듣는다면 사랑의 하느님을 체험하게 될 것입니다. 그러므로 부모는 자녀에게 자비로우시며 사랑이 많으신 하느님의 모습을 자주 이야기해주어 사랑의 하느님 상을 가질 수 있도록 도와야 합니다.
신앙에 대한 대화는 사실 어려운 것이 아닙니다. 저명한 종교교육학자 소피아 카발레티는 3세에서 7세 사이의 어린아이들은 영적으로 민감하여 태어날 때부터 하느님의 이끌림을 인지하고 있다고 말합니다. 하느님께서는 우리 눈에 보이지 않는 분이시지만, 아이들은 그런 하느님의 존재를 느끼는 영적 존재라는 것이지요. 어른이 보기에 놀라운 아이의 말이나 질문은 바로 아이들의 이런 영적인 면에 기인합니다.
그러니 두려워 마시고 일상 안에서 느끼는 하느님에 대한 이야기를 자녀에게 자연스럽게 건네보십시오. 자녀들이 자신만의 언어로 응답해오는 이야기 안에서 부모들에게 건네는 하느님의 말씀을 듣게 될 것입니다. 친절하고 호의적인 부모와의 대화, 그리고 내면의 소리에 귀 기울이는 경청의 태도, 그리고 하느님의 시선으로 바라보려는 부모의 노력만 있다면, 자녀와의 대화는 자연스럽게 하느님의 이야기로 가득 차게 될 것입니다.
※자녀, 손자녀들의 신앙 이어주기에 어려움을 겪는 부모, 조부모들은 이메일로 사연을 보내주시면, 지면을 통해서 답하겠습니다.
이메일 : hatsal94@hanmail.net
조재연 신부(햇살사목센터 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