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스트리아 '조력자살' 합법화, 신앙인의 시각은?
2021-01-23 {제3279호, 3면]
인구의 절반 이상이 가톨릭신자인 오스트리아에서 1월부터 조력자살이 합법화됐다. 죽음에 대한 자기결정권에 대해 그리스도인은 어떤 시각을 지녀야 할까.
오스트리아는 지난 1월 1일부터 18세 이상 말기 환자 등이 의료진의 도움을 받아 스스로 죽는 조력자살 허용법을 발효했다. 지난해 오스트리아 헌법재판소가 자살을 돕거나 유도한 이들을 처벌하는 법이 “인간의 자기 결정권을 침해한다”고 판단함에 따라, 오스트리아 의회가 조력자살 합법화 법안을 통과시킨 것이다.
조력자살은 의료진의 도움을 받는 안락사의 한 형태다. 교회는 안락사를 “모든 고통을 제거할 목적으로 그 본성에서나 의도에서 죽음을 유발하는 작위나 부작위”라고 정의하고 “살인과 마찬가지로 부당한 일”이라고 가르친다.(교황청 신앙교리성 「안락사에 관한 선언」) 오스트리아가 합법화한 조력자살의 경우, 환자가 의료진의 처방을 받아 약물로 스스로 생명을 끊는 방식이다.
이 같은 조력자살 합법화가 우려되는 것은, 이 결정이 죽음에 대한 자기결정권을 중시하는 사상에서 비롯됐기 때문이다. 죽음에 대한 자기결정권은 ‘존엄사’로 불리는 죽음의 형태에 대한 관심도 불러와 문제가 되고 있다. 존엄사는 문자 그대로 ‘존엄한 죽음’을 의미해 인간의 존엄성을 존중하는 것으로 생각하기 쉽지만, 사실 소극적 안락사를 모호하게 부르는 표현으로도 사용되고 있다.
미국에서 처음으로 의사조력자살을 합법화한 오리건주는 법안 이름을 ‘존엄사법’(Death With Dignity Act)이라 불렀다. 이후로도 존엄사는 의사조력자살이나 소극적 안락사, 무의미한 연명의료 중단 등 윤리적 책임이 서로 다른 개념을 뭉뚱그려 표현하는 용어로 쓰여 왔다. 안락사를 반대하는 신앙인의 입장에서 이 용어는 사용하지 말아야 한다.
‘무의미한 연명의료’를 중단하는 것은 안락사에 해당하지 않는다. 이는 신자들도 종종 혼동하는 부분이다.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은 회칙 「생명의 복음」에서 “안락사는 이른바 ‘과도한 의학적 치료’를 그만두는 것과는 반드시 구별해야 한다”며 “특별하거나 부적절한 수단을 사용하지 않는 것은 안락사와 달리 죽음 앞에서 인간의 조건을 받아들인다는 표현”이라고 말한다. 다만 이는 무의미하고 과도한 의료행위의 중단을 의미하는 것으로, 인간 생명 유지에 기본이 되는 물, 영양 등의 공급까지 중단하는 것은 소극적 안락사가 될 수 있다.
가톨릭생명윤리연구소장 박은호(그레고리오) 신부는 “생애 말기 고통과 두려움 때문에 스스로 생명의 끝을 앞당기는 것이 존엄하다고 생각하는데, 안락사를 존엄한 죽음으로 오해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조언했다.
이승훈 기자 joseph@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