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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 신문 - [더 쉬운 믿을교리] 155. 혼인성사7

by 가정사목부 posted Feb 11,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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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쉬운 믿을교리] 155. 혼인성사7

가톨릭 교회 교리서 1638~1654항

발행일 2022-02-13 [제3281호, 18면]

 

 

가끔 우리 주위에는 결혼을 후회하며 왜 이 관계를 끝까지 유지해야 하는지 고민하는 부부를 볼 수 있습니다. 그때 우리는 왜 끝까지 참고 견디는 것이 중요한지, 또는 부부관계의 궁극적 목적이 무엇인지에 대해 말해줄 수 있어야 합니다.

영화 ‘김씨 표류기’(2009)는 이와 관련하여 참 좋은 메시지를 담고 있습니다. 이 영화에는 ‘여자 김씨’와 ‘남자 김씨’가 나옵니다. 빚을 많이 지게 된 무능한 남자 김씨는 한강에서 자살 시도를 합니다. 하지만 한강 중앙에 있는 밤섬에 표류하게 됩니다.

어차피 밤섬에 떨어진 김에 그냥 살아보기로 합니다. 나름대로 농사도 짓고 혼자 재미있게 삽니다. 하지만 그것이 전부입니다. 슬슬 이런 삶이 지겨워질 무렵, 강을 따라온 포도주병을 발견합니다. 그 안에 담긴 익명의 쪽지를 받습니다. 자신에게 온 편지입니다. 그 쪽지를 보낸 사람은 여자 김씨입니다.

여자 김씨는 소위 히키코모리라고 불리는 은둔형 외톨이입니다. 온종일 방안에서 먹고 자고 생활하며 밖으로 절대 나가지 않습니다. 그녀의 유일한 취미는 달 사진찍기입니다. 커다란 망원렌즈가 달린 카메라로 달을 찍던 중 밤섬에 사는 남자 김씨를 발견합니다. 그리고 왠지 모를 동지애를 느껴 자기 방을 탈출하여 쪽지를 병에 넣어 남자 김씨에게 보낸 것입니다.

남자는 모래사장에 커다랗게 글씨를 써서 소통합니다. 처음 “HELP”를 써 놓았던 모래사장은 “HELLO”로 바뀝니다. “HOW ARE YOU?”라고 쓰니, “FINE THANK YOU, AND YOU?”라는 답장이 옵니다. 남자 김씨는 더 대담하게 모래사장 위에 “WHO ARE YOU?”라고 씁니다. 지금까지 남에게 자신을 솔직하게 드러낸 적이 없었던 여자 김씨는 당황합니다. 그리고 답장을 미룹니다. 남자는 또 상처를 받습니다.

공무원들이 배를 타고 와서 남자를 그 섬에서 몰아냅니다. 남자는 버스를 타고 63빌딩으로 향합니다. 확실히 죽으려는 것입니다. 여자는 남자가 그렇게 가는 것만 보고 있을 수는 없습니다. 여자 김씨는 사람이 많은 거리로 뛰어나와 버스를 뒤쫓습니다.

그리고는 간신히 올라타 남자 김씨 앞에서 “MY NAME IS 김정윤”이라고 말합니다. 버스가 출발하자 남자는 넘어지려는 여자 김씨의 손을 잡아줍니다.

관계란 것은 정말 어렵습니다. 그러나 자신 안에 혼자 갇혀 사는 것은 더 지옥입니다. 나를 ‘나’라는 지옥에서 벗어나게 해 줄 사람이 친구입니다. 친구는 ‘나’라는 지옥의 섬에서 탈출시켜줄 유일한 탈출구입니다. 가장 완전한 친구가 ‘부부’입니다. 하느님은 부부관계를 이어가려는 이들에게 ‘성령의 은총’을 주십니다. 두 김씨가 소통을 위해 망원렌즈 카메라도 필요했고 모래사장도 필요했으며 소통할 수 있는 언어도 필요했듯이 성령께서는 부부 사이 소통의 통로가 되어 주십니다.

자기 자신에게서 탈출한 두 남녀 합일의 기쁨이, 그리스도와 교회와의 합일의 기쁨과 다르지 않습니다. 사실 부부관계는 그리스도와의 관계로 나아가는 교육의 장입니다.

“그리스도께서는 부부애와 가정생활의 기쁨 속에서, 이 세상에서 어린양의 혼인 잔치를 미리 맛보게 하십니다.”(1642) “진정한 부부 사랑은 하느님의 사랑 안으로 받아들여집니다.”(1639) 주님께서 맺어주신 눈에 보이는 한 사람을 사랑할 수 있어야 눈에 보이지 않는 그리스도도 사랑할 수 있게 됩니다.(1요한 4,20 참조) 부부관계로 맺어주신 하느님 뜻을 받아들일 때 하느님도 받아들이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전삼용 노동자 요셉 신부 (수원교구 죽산성지 전담 겸 영성관 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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