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생태

가톨릭 신문 [공동의 집 돌보기] (8) 생태 영성

by 가정사목부 posted Sep 30,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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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의 집 돌보기-생태적 회개의 여정]

(8) 생태 영성

발행일 2022-09-25 [제3311호, 11면]

■‘찬미받으소서 7년 여정 플랫폼’ 행동 목표 6
 

“생태 영성은 깊은 생태적 전환에서 비롯됩니다. 이는 영적인 삶이 세속적 현실과 분리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해주고, 창조의 아름다움, 병든 이의 탄식, 고통 받는 이의 신음 속에서, 즉 ‘모든 것 안에서 하느님을 발견’하도록 도와줍니다. 활동으로는 창조를 바탕으로 하는 전례를 촉진하고, 생태 영성을 위한 교육, 피정, 양성 프로그램 등을 개발하는 일 등이 있습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회칙 「찬미받으소서」에서 “복음의 가르침은 우리가 생각하고 느끼고 살아가는 방식에 직접적 영향을 준다”면서 생태 영성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교황은 “우리의 개인적 공동체적 활동에 자극과 동기와 용기와 의미를 주는 내적인 힘 없이, 오로지 교리만 가지고 이 위대한 일에 투신하기는 불가능할 것”이라고 역설한다.(216항)
생태 영성이 무엇이기에 교황은 이렇게까지 강조하는 것일까. 생태 영성을 산다는 것은 어떤 것일까.

기도한다고 생태가 회복될까

“찬미받으소서(Laudato Si’).”
프란치스코 교황 회칙 「찬미받으소서」의 첫 문장이다. 교황은 성 프란치스코의 기도 문구로 회칙을 시작해 ‘그리스도인들이 피조물과 함께 드리는 기도’의 마지막 구절 ‘찬미받으소서, 아멘’으로 회칙을 마친다. 이쯤 되면 회칙 전체가 기도인 셈이다. 게다가 제목 자체가 ‘찬미받으소서’라는 기도이니 회칙을 언급하는 이들은 누구나 기도하고 있는 셈이다.

인천 강화군 불은면 노틀담 생태 영성의 집(원장 이재란 마리영주 수녀)을 방문하니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회칙의 제목이자 기도인 ‘LAUDATO SI’’였다. 수녀들이 일구는 밭으로 들어서는 길목에 돌을 모아 세웠다.

생태회칙이 기도를 강조하듯이 생태 영성을 실천하는 이곳에서 가장 많은 면적을 차지하는 공간도 기도 공간이었다. 흙집으로 지은 성당, 천상을 향한 순례를 묵상하는 래버린스(labyrinth), 자연물로 만든 십자가의 길이 조성된 기도 정원 ‘라우다토 시 가든’에 이르기까지. 기도 공간이 사도직을 수행하는 다른 공간들을 합친 것보다도 넓다.

그러나 생태 영성의 집 수녀들이 관상 수도회처럼 기도만을 사도직으로 삼고 있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생태적 실천의 총집합이라는 느낌이다.

건물에 오른 태양광발전소는 그 건물에서 사용되는 전기를 충당한다. 모든 세제를 환경에 해가 되지 않는 것으로 쓰니 주방 등에서 사용한 물은 농업용수로 쓸 수 있고, 빗물도 저장해 사용한다. 건물 자체도 흙과 볏짚으로 지어 철거해도 건축폐기물이 없이 땅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했다.

생태 영성의 집에서는 배출되는 쓰레기도 없다. 잔반은 기르는 동물들이 먹고, 사람과 동물의 배설물은 미생물이 먹는다. 그리고 그렇게 생긴 퇴비는 다시 밭의 작물들이 먹는다. 소량 배출되는 쓰레기들도 사실 쓰레기가 아니라 자원순환센터에서 모두 재활용 가능한 ‘자원’들이다.

생명 농업을 하고 있는 것은 말할 것도 없다. 농약도 무기비료도 사용하지 않고, 이 땅에 사는 미생물을 활용해 거름을 만든다. 농약 없이 벌레를 완전히 쫓을 수 없으니 남은 벌레는 일일이 손으로 잡기까지 한다. 잡은 벌레는 닭의 먹이다.

지구와 인간 모두에게 유익한 생태적인 자연밥상도 연구하고, 생태 캠페인이나 ‘줍깅’ 등에도 나서고 있다. 그리고 그렇게 체득한 생태 영성을 신자들, 특별히 청소년들에게 나누고자 생태 영성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이렇게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지만, 그럼에도 수녀들의 가장 중요한 생태적 실천은 기도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수녀들은 생태적인 실천을 하는 모든 일과를 기도로 시작해 기도로 끝맺는다. 그리고 생태를 위한 노동조차도 기도가 된다. 수녀들은 “세상에 존재하는 다양한 피조물들”이 바로 “하느님께서 쓰신 소중한 책의 글들”(「찬미받으소서」 85항)이라는 교황의 가르침을 체험으로 깨닫고 있다.

생태 영성의 집에서 교육을 담당하는 문점숙(마리루치아) 수녀는 “마지막 날 창조된 인간에 앞서 창조된 피조물들 없이는 우리가 살 수 없음을, 하느님 없이는 우리가 아무것도 아님을 고백하고 하느님께서 주신 모든 것에 감사하고 찬미할 때 생태 영성을 살아갈 수 있다”며 “삶과 기도는 분리된 것이 아니기에 기도는 굉장히 중요한 ‘행동’”이라고 전했다.


기도한다면 생태도 회복된다

영성은 히브리어 루아(Ruach)에서 유래한 말이다. 루아는 천지창조 때 하느님의 ‘영’(창세 1,2)을, 또 인간에게 불어넣어 주신 생명의 ‘숨’(창세 2,7)을 표현할 때 쓰인 말이다. 인간과 세상 모든 피조물을 창조하신 하느님의 생명력대로, 하느님의 뜻대로 살아가는 것이 영성이라고 할 수 있다. 이미 영성이라는 말의 어원에 인간과 모든 피조물, 하느님과의 관계라는 생태적인 의미가 담겨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래서 교황은 회칙 「찬미받으소서」에서 “교회 안에서 영성은 육체나 자연, 또는 세상의 실재에서 분리되지 않고, 오히려 우리를 둘러싼 모든 것과 일치를 이루며 그 안에서 그와 더불어 살아가는 것”이라 표현한다.(217항)

작은형제회(프란치스코회) 강화 ‘숨’ 영성센터 호명환(가롤로) 신부는 “생태 영성을 어렵게 생각하곤 하는데, 영성을 사는 것 자체가 생태적이고, 생태를 사는 것이 영성적”이라면서 “우리가 잃어버린 영성을 찾기 위해서는 나와 나 자신, 나와 이웃, 나와 피조물, 나와 하느님 사이의 단절된 관계를 회복해야 한다”고 말했다.

영성을 회복하는 기도는 생태를 회복하는 가장 강력한 실천이다. 다만 전문가들은 그에 앞서 ‘생태적 회개’, 바로 생태 위기에 대한 인식이 전제돼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인간이 만들어낸 관계의 단절에 대해 진지하게 성찰하고, 내면 깊은 곳에서 하느님을 발견하는 기도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서울대교구 생태영성연구소 소장 이재돈(요한 세례자) 신부는 “우리에게 우선 필요한 것은 생태적 회개”라며 “생태적 회개는 ‘자연 세계에 저지른 죄는 우리 자신과 하느님을 거슬러 저지른 죄’(「찬미받으소서」 8항)라는 것을 깨달을 때 마음 깊은 곳에서 우러나오는 내적 회개“라고 말했다.

작은형제회 총본부 JPIC위원장 하이메 캄포스 신부도 “제일 중요한 것은 우리의 잘못으로 생태가 무너진 이대로는 세상이 영원할 수 없다는 것을 제대로 인식하는 것”이라면서 “천천히 살아가면서 하느님의 소리를 듣고, 이웃의 소리를 듣고, 자연의 소리를 듣는 경청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마찬가지로 습관적으로 반복해서 전례에 참여하기보다 전례를 통해 하느님 백성 전체와 연결돼 하느님께 찬미를 드리고 있음을 의식하는 것이 중요하다. 동방정교회 바르톨로메오 총대주교가 말했듯이 “기도는 ‘나’와 ‘우리’의 인격적 행위를 넘어선 ‘우주적’ 행위”임을 인식해야 한다는 것이다.

예수회 한국관구 JPIC위원장 조현철(프란치스코) 신부는 “자신을 하느님께 개방하는 기도는 하느님께서 창조하신 모든 피조물에 시선을 돌리는 기회”라며 “우리가 기도 안에서 창조주 하느님을 향할 때 모든 피조물이 근원적 유대로 연결된 창조 공동체에 우리가 속해 있음을 다시 확인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이는 교황이 회칙에서 인용한 프란치스코 성인의 피조물의 찬가(태양의 찬가)와 같은 맥락이다. 교황은 “우리가 존재하는 모든 것이 하느님을 반영하고 있음을 깨닫게 되면 모든 피조물에 대해 주님께 찬미를 드리고, 피조물과 함께 주님을 흠숭하려는 마음을 품게 된다”면서 피조물의 찬가를 소개한다.(87항)

“저의 주님, 찬미받으소서. 주님의 모든 피조물과 함께, 특히 형제인 태양으로 찬미받으소서.”

 

이승훈 기자 joseph@catime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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