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생태

가톨릭 신문 [공동의 집 돌보기] (9) 공동체 연대와 강화

by 가정사목부 posted Sep 30,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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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의 집 돌보기-생태적 회개의 여정]

(9) 공동체 연대와 강화

발행일 2022-10-02 [제3312호, 10면]

“개인이 더 좋은 사람이 되는 것만으로는 현대 세계가 직면한 매우 복잡한 상황의 해결에 충분하지 않습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회칙 「찬미받으소서」를 통해 개인의 생태적 회개만으로는 부족하다고 역설한다. 소비주의로 점철된 세상 안에서 개인의 힘만으로는 생태위기를 극복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교황은 “사회 문제들은 단순히 개인적 선행의 총합이 아니라 공동체의 협력망을 통하여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한다.(219항) 공동의 집을 돌보기 위해 공동체의 연대가 어느 때보다도 중요한 시점이다. 생태적 회개를 위해 교회 공동체는 어떻게 연대하고 있을까. 또 이를 더 강화시키기 위해서는 어떤 노력이 필요할까.


■ ‘찬미받으소서 7년 여정 플랫폼’ 행동 목표 7
 

“공동체의 연대와 강화는 다양한 계층에서 공동체 참여와 행동이 이뤄지는 시노달리타스의 여정을 구상합니다. 행동에는 권리를 보호하고 옹호하는 활동과 캠페인을 촉진하는 것, 지역 사회와 이웃 생태계에 뿌리내리고 소속감을 장려하는 것 등이 포함될 수 있습니다.”

그들은 왜 모이나

9월 21일 강원도 삼척 맹방해변. 해변에는 태풍 난마돌의 여파로 떠내려 온 쓰레기들이 즐비했다. 삼삼오오 모여든 사람들이 큰 마대를 들고 쓰레기들을 줍기 시작했다. 사람들이 입은 조끼에는 ‘기후 위기 당장 행동’, ‘재생에너지 ON’, ‘핵·석탄 발전소 OFF’ 등의 메시지가 적혀있었다. 어느새 큰 마대 10여 개가 가득 찼다. 어딘가의 환경단체에서 캠페인을 벌이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이들은 미사에 참례하기 위해 모인 신자들이다.

가톨릭기후행동(공동대표 강승수 신부)은 지난해 10월부터 월 1~2회 맹방해변에서 봉헌되는 미사를 주관하고 있다. 미사는 삼척 시민들의 요청으로 이뤄졌다. 포스코 자회사인 삼척블루파워가 삼척 석탄화력발전소에서 사용할 석탄을 운반하기 위해 항만공사를 하면서 삼척 지역의 해변에 침식이 발생하고, 해변이 훼손될 위기에 처하자, 더 많은 이들이 한 목소리로 맹방해변 살리기에 동참해주길 바란 것이다.

한 뜻으로 한 행동에 동참하지만, 각지에서 각계각층의 사람들이 모였다. 이날 미사에는 삼척 시민은 물론이고 서울, 대전, 대구, 부산 등지에서 온 사제나 수도자, 평신도 등 여러 사람들이 참례했다. 또 이 미사에는 매번 오던 사람들만 오지는 않는다. 이 미사의 취지에 공감한 신자가 자신이 속한 공동체를 초대하기도 하고, 타 지역의 활동가들도 오곤 한다.

이날 미사에 참례한 성 골롬반 외방 선교회 노혜인 선교사(안나·41)는 “미사를 드리러 찾은 해변에 우리가 일상생활을 하며 너무 쉽게 버렸던 플라스틱, 비닐, 병들이 너무 많아 ‘이게 다시 우리에게 오는 구나’하며 망연자실하게 서있었다”면서 “하지만 미사에 참례한 15명이 함께 줍기 시작하니 큰 마대들도 어느새 가득 찼다”고 말했다.
이어 “혼자서는 쉽지 않기에 ‘기후 우울증’에 빠질 수도 있는데, 그래도 함께하니 희망이 없지 않다고 느꼈다”고 전했다.


연대의 구심점, 신앙

한국교회가 생태를 위해 본격적으로 연대하기 시작한 것은 1990년대다. 1990년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이 평화의 날 담화문 ‘창조주 하느님과 함께하는 평화, 모든 피조물과 함께하는 평화’를 발표했다. 이에 이미 1989년 수돗물 오염 사태를 겪으면서 강연회와 자료집을 마련하는 등 생태에 관한 관심을 촉구했던 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회는 담화 자료집을 발간하고, 개인과 본당, 교구가 실천할 수 있는 과제들을 제시했다. 1994년에는 서울대교구가 한마음한몸운동본부 산하에 우리농촌살리기운동본부를 설치, 도농이 함께하는 생명공동체운동을 전개했다.

그러나 생태를 위한 연대의 움직임은 더디게 확산됐다. 2003년 가톨릭신문에 보도된 ‘교회 환경운동 활성화돼야’ 기사에 따르면 신자들의 환경의식이나 환경 교육 프로그램 참여도 저조할 뿐 아니라 각 본당에 환경분과 설치도 잘 이뤄지지 않는 침체된 환경운동의 실태를 지적했다.

비단 한국교회만의 일은 아니었다. 교황은 「찬미받으소서」를 통해 “힘 있는 자들의 반대와 관심 부족으로 환경 위기에 대한 구체적 해결책을 찾으려는 많은 노력이 효과가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며 “신자들 가운데에서조차도 해결책을 찾는 데 방해가 되는 태도가 다양하게 나타난다”고 한탄했다.(14항)

그러나 교황은 2015년 회칙 「찬미받으소서」를 반포하면서 이를 획기적으로 전환시켰다. 전문가들은 「찬미받으소서」가 무엇보다도 “예수님께서 부활하시고 영광스럽게 되시어 당신의 보편적 주권으로 모든 피조물 안에 현존하신다는 것”(100항)을, 바로 우리 신앙의 실천과 피조물을 보호하는 것이 별개가 아님을 선언한 것이 교회 내 연대를 강화하는 가장 강력한 구심점이라고 입을 모았다. 생태적 회개를 위한 연대의 구심점이 다름 아닌 우리의 믿음, 신앙인 것이다.

대전교구 우리농촌살리기운동본부 담당 강승수(요셉) 신부는 “이전에는 환경보호가 신앙에 비하면 두 번째나 세 번째 의무쯤으로 여겨졌는데, 교황님께서 피조물 보호 자체가 우리 생활의 핵심임을 천명하셨다”면서 “덕분에 활동하는 사람들도 더 자유롭고 자신 있게 활동하게 됐고, 관심이 적었던 신자들도 많이 연대하게 됐다”고 평가했다. 또 “교황님의 선언으로 교회 전체의 연대가 활성화됐듯이 각 교구 주교님들이 선언하시는 것이 교구 내 연대에 큰 힘이 된다”고 덧붙였다.

“전체는 부분보다 더 큽니다”

찬미받으소서 7년 여정은 한국교회 내의 연대에서 나아가 세계교회 차원의 연대로 확장하도록 초대한다. 교황청 온전한인간발전촉진부가 주관하는 ‘찬미받으소서 7년 여정 플랫폼’에는 현재 세계 각국의 6000개 이상의 단체가 참여하고 있고, 계속 참여 단체의 수가 늘어나고 있다. 한국교회 역시 가톨릭기후행동을 비롯한 여러 단체들이 플랫폼에 참여하고 있다. 그러나 교황청이 플랫폼을 만든 이유는 모든 단체가 똑같은 활동을 하기 위함은 아니다.

교황청 온전한인간발전촉진부 차관 알레산드라 스메릴리 수녀는 “현장에 있는 사람이야말로 자기가 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행동을 이해할 수 있다”며 “플랫폼에 참여할 때 중요한 것은 각자가 자기가 사는 환경과 양립할 수 있는 행동을 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권고 「복음의 기쁨」에서 “전체는 그 부분들의 단순한 총합보다도 더 크다”며 “개인이 개성을 보존한 채 공동체에 진심으로 통합될 때 세계적인 영역이 없어지지도 않고 개별성이 고립되지도 않는다”면서 공동체의 연대가 각각의 고유성을 살리면서도 공동선을 추구하는 큰 힘을 낼 수 있음을 강조했다.(235항) 공동체 전체가 개인을 촉진하고, 또 그 개인의 고유한 활동들이 공동체의 연대활동을 강화시킨다는 것이다.

세계 각국의 연대활동 현장을 답사해온 예수회 총원 ‘사회정의와 생태환경 사무국’(SJES) 사무국장 제비어 제야라즈 신부는 “집단 활동의 결과는 곱하기”라면서 “민중의 힘은 체제를 바꾸고 구조를 바꿀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가 함께 일어선다면 하느님이 함께 원하시는 것을 식별하고, 변화를 향한 길을 찾고, 그 진정한 변화를 만들 수 있다”고 전했다.

그러나 연대에 참여하는 이들이 아직도 적은 것이 한국교회의 현 주소다. 실제로 9월 1일부터 진행된 탈석탄법 제정을 위한 국민동의 청원에는 5만 명의 동의가 필요했지만, 9월 26일 현재 1만6000여 명의 동의에 그쳤다. 더 많은 이들이 한 마음 한 뜻으로 연대하지 않는다면 세상의 변화는 요원하다.

인간발전부 차관 스메릴리 수녀는 “찬미받으소서 7년 여정에 참여하는 이들의 수가 다른 모든 이에게 영향을 줄 수 있는 사람의 숫자에 이를 수 있기를 바란다”면서 “행동을 취하는 사람이 충분히 있어야만 변화가 가능할 것”이라고 말하고, “무엇보다도 이 여정에 참여하거나 다른 이들이 참여하도록 돕는 것을 두려워하지 말라”고 역설했다.

 

이승훈 기자 joseph@catime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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