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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생태
2023.06.01 15:21

가톨릭 평화신문 - 일회용품 줄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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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회용품 줄이기, 쓰러져가는 공동의 집 고치는 첫걸음

2023.05.31

 

https://img.cpbc.co.kr/newsimg/upload/2023/05/31/0fw1685492170190.jpg 이미지

한국 교회는 공동의 집 지구를 위한 생태적 돌봄이 시급하다는 판단에 따라 ‘찬미받으소서 7년 여정’에 돌입해 실천적 노력을 이어가고 있다. 작은형제회가 운영하는 북카페 ‘산다미아노’는 테이크아웃 시 텀블러 사용을 권장한다.


2022년 11월 24일부터 카페와 음식점 등 식품접객업소 매장에서 일회용 종이컵, 플라스틱 빨대, 젓는 막대 등 일회용품 사용이 금지됐다. 정부는 일상에서 일회용품 사용을 줄이기 위해 자발적인 참여를 유도하고 있지만, 국민은 이를 얼마나 잘 알고 실천하고 있을까. 1년의 계도 기간인 지금, 여전히 수많은 일회용품이 매장과 각 가정에서 오가고 있다. 습관화된 배달 주문과 일회용품 사용으로 이른바 ‘플라스틱 쓰레기 주고받기’를 계속하는 형국이다.

공동의 집 지구를 살리기 위해서는 모든 이의 참여가 필수적이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회칙 「찬미받으소서」를 통해 “하느님의 모든 피조물에 대하여 인간이 저지른 피해를 복구하려면 모든 이의 재능과 참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5일 환경의 날을 맞아 일회용품 사용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본다.


일상 속 일회용품 사용

직장인 김형석(가명)씨는 ‘점심 먹으러 가자’는 동료의 말에 지갑을 챙겨 나섰다. 점심을 먹고 들른 카페에서 김씨의 주문은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아이스커피. 김씨는 테이크아웃을 하면서 매장이 주는 컵과 빨대까지 챙겼다. 모두 ‘일회용 플라스틱’이다. 커피까지 마셔야 점심의 마침표가 된다. 하지만 카페 오기 전 미리 텀블러를 챙겨 온 동료들을 간혹 보면 마음이 편치만은 않은 게 사실. 김씨는 “일회용품 사용을 줄여야겠다고 마음먹으면서도 어째선지 매번 실천이 너무 어렵다”고 했다.

자취생 이정현(가명)씨에게 저녁 시간 배달 앱을 켜는 것은 일상이 됐다. 매번 밥을 해먹으려 할 때마다 ‘반찬이 마땅치 않다’는 생각이 배달 앱으로 손이 가게 만든다. 한참 고민 끝에 삼겹살 구이를 주문했고, 20여 분 뒤 그의 손에 쥐어진 포장지 속 맛있게 담긴 저녁 식사는 끝났다. 그의 옆엔 여지없이 플라스틱 용기들이 한가득 나뒹굴었다. 고기, 찌개, 밥, 반찬, 소스 그릇까지 한 끼 식사에 크고 작은 플라스틱 용기만 7개에 달했다. ‘다음에는 꼭 요리해 먹어야지’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이씨는 다음날에도 배달 음식의 유혹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https://img.cpbc.co.kr/newsimg/upload/2023/05/31/W3W1685492213690.jpg 이미지

한 카페에 일회용 컵들이 진열돼 있다. 정부가 지난해 11월 24일부터 일회용품 사용을 금지했지만 계도기간을 이유로 사용하는 매장이 적지 않다.


연간 1인당 플라스틱 사용량 1312개

우리 사회의 ‘플라스틱 쓰레기 주고받다 버리기’는 수없이 많다. 환경단체 그린피스가 충남대 장용철 교수 연구팀과 내놓은 ‘플라스틱 대한민국 2.0’ 보고서를 보면, 2020년 기준 1인당 연간 플라스틱 사용량은 1312개(19㎏)로 조사됐다. 그 가벼운 플라스틱 용기를 한 사람이 1년 동안 20㎏ 가까이 소비하다니. 여기엔 플라스틱 배달 용기 568개(5.3㎏)와 플라스틱 일회용 컵 102개(1.4㎏), 생수 페트병 109개(1.6㎏), 일회용 비닐봉지 533개(10.7㎏) 등이 포함된다.

2020년 생활계 플라스틱 폐기물만 441만 1000톤에 달하며, 당해 국내 전체 연간 소비량은 558억 개(87만 3833톤)로 조사됐다. 이런 결과를 바탕으로 일회용 플라스틱 비율이 높은 생활계 폐기물은 2030년 647만 5000톤에 달해 10년 사이 1.5배 늘어날 것으로 예측됐다.

이에 환경부는 지난해 11월 24일부터 카페와 음식점 등 식품접객업소 매장에서 일회용품 사용을 제한했다. 하지만 1년 계도기간을 두면서 고객의 요구, 비용, 편리성 등을 이유로 일회용품 사용 매장은 여전히 많다. 환경부 관계자는 “과태료 부과보다 자발적 참여를 유도하고자 계도로 운영하는 것”이라며 “그렇기에 더 지켜야 할 의무가 크며, 모든 국민이 적극 동참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일회용품 사용, 해외는

유럽연합은 일회용 플라스틱 지침에 따라 2021년부터 유럽연합에서 플라스틱 비닐, 음식 용기, 면봉 등 10개 품목에 대해 판매를 금지하고, 생산자책임재활용 제도도 확대 시행했다. 동시에 유럽연합 회원국별로 자국의 포장재 플라스틱 발생량에서 재활용 플라스틱을 제외한 나머지 폐기물에 1㎏당 0.8유로를 유럽연합에 납부하는 ‘플라스틱세’를 도입했다.

캐나다는 지난해 12월부터 일회용 플라스틱 규제 법안을 시행하고 비닐 봉투, 일회용 식품 용기, 플라스틱 빨대, 수저, 음료 스틱 총 6가지 품목에 수입, 제조를 금지하고, 2025년까지는 판매 중지, 2025년 이후부터는 수출을 금지한다.

유럽연합과 캐나다는 플라스틱 로드맵, 플라스틱 성분 비율 규제, 재활용 원료 의무 사용 비율 규제를 마련하는 등 구체적인 정책들도 시행하고 있다. 이에 비해 우리는 플라스틱 분리수거는 해왔지만, 실제 규제엔 관대한 편이다.

그린피스와 충남대 연구팀은 “우리나라는 유럽연합과 같이 일회용 플라스틱 폐기물을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법률이나 규제가 없다”며 “일회용 플라스틱의 정의, 범위, 용도를 설정한 후 플라스틱 폐기물 관리와 일회용 플라스틱 생성-유통-소비-재활용과 폐기 관련 법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https://img.cpbc.co.kr/newsimg/upload/2023/05/31/Qsm1685492236422.jpg 이미지

작은형제회가 생태적 회심에 대한 실천 방안으로 운영하는 북카페 ‘산다미아노’.


쓰러져가는 내 집을 고쳐라

한국 교회는 공동의 집 지구를 위한 생태적 돌봄이 시급하다는 판단에 따라 ‘찬미받으소서 7년 여정’에 돌입해 실천적 노력을 이어가고 있다. 그 가운데 서울 정동 프란치스코 교육회관 1층 작은형제회가 운영하는 북카페 ‘산다미아노’의 사례는 참고할 만하다. 산다미아노는 2010년 작은형제회가 시민들과 함께하는 문화공간으로 출발했다. 그러던 중 작은형제회 총회에서 생태적 회심에 대한 실천이 절실하다는 요구가 있었고, 산다미아노를 통해 ‘찬미받으소서’ 정신을 사회에 전하고 있다.

올해 2월 산다미아노 담당으로 부임한 최경환 수사는 카페에 있던 책을 모두 기후위기 관련 환경 서적, 인권과 동물권에 대한 책들로 교체했다. 고객들 반응도 좋다. “책을 대여할 수 있느냐”는 문의가 들어오기도 한다. 기후위기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적지 않다는 뜻이다.

산다미아노는 매장에서는 빨대를 사용하지 않는다. 빨대를 요청할 경우 “빨대 없는 매장이니 동참해달라”고 안내하고, 필요로 할 경우 종이 빨대를 제공하고 있다. ‘빨대 없는 매장’에 고객들도 적극 협조하고 있다. 최 수사는 “처음엔 걱정을 많이 했는데, 오히려 이 취지에 공감하고 저희를 응원해 주는 고객도 많아 힘을 얻어 실천하고 있다”고 말했다.

산다미아노의 실천은 테이크아웃 시 플라스틱 용기 미사용으로도 이어졌다. 테이크아웃은 종이 용기를 사용하고, 공유 텀블러를 권장한다. 카페에 보증금을 내고 공유 텀블러에 음료를 담아간 뒤 추후 반납하면 보증금을 돌려받을 수 있다. 또 산다미아노는 텀블러를 대여해주는 회사에 가입해 고객들이 텀블러를 대여하도록 권할 예정이다. 이는 스마트폰 앱을 통해 간편하게 대여할 수 있다.

최 수사는 “생태적 회심은 결국 인간이 살아갈 수 있느냐 없느냐의 문제와 직결된다”며 “특히 환경과 관련해 내가 하는 행위가 다른 누군가에게 영향을 미치고, 결국엔 나에게 다시 돌아온다는 자명한 사실을 다시금 고찰했으면 한다”고 전했다.

최 수사는 자연을 사랑한 프란치스코 성인의 이야기를 다시금 전했다. “프란치스코 성인이 성 다미아노 성당 십자가에서 기도하다 ‘쓰러져가는 나의 집을 고쳐라’고 하는 주님의 말씀을 듣게 돼요. 그 뜻은 성당과 교회뿐만 아니라, 우리의 집 지구를 복원하라는 뜻도 담겨있다고 생각합니다. 모두가 그렇게 받아들이고 실천하면 좋겠어요.”


도재진 기자 djj1213@cpbc.co.kr
박민규 기자 mk@c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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