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ip to content

조회 수 37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보시니 좋았다] <5> 녹색 세상 만들기 (하)

공소 방치되고, 활기 잃은 농촌 공동체... 도시민이 가서 되살리자

발행일 2021-10-03 [1631호]

글 싣는 순서
① 녹색 가족 만들기
② 녹색 성당 만들기 (상)
③ 녹색 성당 만들기 (하)
④ 녹색 세상 만들기 (상)
⑤ 녹색 세상 만들기 (하)

 

손길 닿지 않아 폐가처럼 변한 농촌 공소

당장 사라질 처지에 놓인 공소가 섬과 어촌에만 있으랴. 우리 먹거리를 책임지는 육지 농촌에도 겨우 명맥만 유지하는 공소가 숱하다. 3년 동안 전주교구 공소 70여 개를 순례한 사진작가 김주희(가브리엘라)씨는 “열악한 처지에 놓인 공소를 많이 봤다”고 증언했다. 방문지 가운데 진안 황금공소를 비롯한 10여 개는 이미 폐소된 상태였다. 김씨는 “문화재로 지정되거나 잘 알려진 공소와 달리, 이름 없는 공소는 유리창이 깨지고 벽과 바닥이 무너진 채 방치된 곳이 흔하다”며 “창고로 쓰이는 곳도 많다”고 탄식했다. 이어 “공소를 지키는 신자들도 대부분 경제적ㆍ육체적으로 취약한 어르신”이라며 “다들 외로움이 많아 저와 이야기 나누는 것만으로 아이처럼 즐거워했다”고 회고했다. 김씨는 “공소가 사라지고 시골 공동체가 무너지는 게 안타깝다”며 “많은 도시 신자들이 공소 순례에 나서 공소와 그 주변을 청소하고 정돈하며, 신자들과 친교를 나누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기후위기 해법 ‘생명농업’을 지키는 길

농촌 공소를 지키기 위해 도시 신자들이 나서야 할 중요한 이유가 또 있다. 공소의 위기는 곧 가톨릭 농민의 위기이기 때문이다. 화학비료와 농약을 쓰고, 대규모로 가축을 기르는 ‘산업화한 관행 농업’은 온실가스를 배출해 기후위기를 초래하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그래서 친환경ㆍ유기농 ‘생명농업’을 고수하는 가톨릭 농민은 기후위기 시대에 더욱 소중한 존재다. 공소가 본당보다 많은 ‘농촌교구’인 안동교구에는 비료 대신 가축 배설물을 활용한 ‘순환 농법’을 실천하는 농민들이 있다. 가톨릭농민회 안동교구연합회 쌍호분회다. 분회는 추수하고 남은 볏짚 등 부산물을 먹여 소를 기른다. 그리고 그 소가 싼 배설물을 발효시켜 논밭에 퇴비로 쓰고 있다. 이러한 공로로 제14회 ‘가톨릭 환경상’ 대상을 받았다. 이밖에 온혜ㆍ풍양ㆍ장수ㆍ솔티ㆍ이천ㆍ구천분회도 같은 농법을 펼치고 있다.

안동교구 농민 사목 전담 안영배 신부는 “도시 신자들이 공소를 청소하고 보수하는 것도 물론 도움이 되겠지만, 가장 필요한 것은 바로 농촌 공동체에 활기를 불어넣는 일”이라고 역설했다. “도시 신자들이 농촌 일손을 도우면 어떻겠냐”며 “이들은 먹거리 생산에 참여하는 귀중한 경험을, 농민들은 노동력을 얻으니 서로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도시 신자들이 농촌에 불어넣는 생명의 숨결

이러한 교류를 지속하기 위해선 도시와 농촌이 자유롭게 오가며 소통할 수 있는 창구가 필요하다. 안 신부는 “농촌 공소와 도시 본당이 1대1로 끈끈한 관계를 유지할 수 있는 틀을 갖춰야 한다”고 말했다. 쌍호분회와 서울대교구 양천본당이 맺은 ‘도농결연’과 같은 형식이다. 안 신부는 “다만 이제는 과거와 같이 단순히 농산물을 팔아주거나, 대형 버스로 1년에 한두 차례 방문하는 수준에 머물러선 안 된다”며 “도시 신자들이 농촌 마을 일원으로 더불어 살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고향을 찾듯 소규모로 농촌을 방문해 오래 머물 수 있는 토양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안 신부는 “도시 신자들은 귀농에 대한 욕구와 함께 휴양을 바라는 마음이 있다”며 “농촌에 있는 빈 땅과 빈집을 주말농장 텃밭과 쉼터로 쓰게 하자”고 제안했다. 물론 귀농은 호락호락한 일이 아니다. 평생 도시에 살던 사람이 준비가 덜 된 상태로 도전하면 실패를 면하기 어렵다. 안 신부는 “이러한 사태를 막기 위해 가톨릭 농민들이 도시 신자들에게 농업 지식이나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며 “도시ㆍ농촌 신자들이 책임을 갖고 교류와 상생을 이어가면 공동체는 살아날 수 있다”고 역설했다.

농촌을 찾은 도시 신자들이 모두 농사만 지으란 법은 없다. 저마다 가진 다양한 재능을 공동체를 위해 발휘하면 된다. 안 신부는 “독일ㆍ네덜란드 등 유럽 국가 시골에서는 마을 자랑거리인 고목을 관리하는 일로 생활하는 사람도 있다”며 “공동체에서 다양한 사람이 공존하도록 지원하는 게 바로 교회가 할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교회 울타리를 넘어 ‘녹색 세상’ 만들기

안 신부가 이처럼 새로운 활로를 구상한 배경에는 ‘우리농촌살리기운동’에 대한 위기의식이 있었다. 그는 우리농촌살리기운동본부 상임대표다. 안 신부는 “우리농은 전국 단위 유통망을 구성해 20년간 전국이 동일한 기준으로 생명농산물을 생산하고 나누는 성과를 이뤄냈지만, ‘농촌 소멸’이라는 사태를 극복하기에 부족함이 많다”고 지적했다. “우리농 매장은 있는데, 생명농업이 정착하지 못해 정작 지역생산 농산물을 판매하지 못하는 교구들도 있다”며 “물류사업을 잘 해나가는 것도 물론 중요하지만, 현재 우리농촌살리기운동의 급선무는 바로 지역 농업과 농촌 공동체를 되살리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생태적 지역 농업 체계를 구축할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올해 초 ‘우리농 활성화 태스크포스(TF)’를 꾸렸다”고 밝혔다.

안 신부는 또 “가톨릭 농업 운동이 교회 울타리 안에 안주해선 안 된다”고 경계했다. 그러면서 “지역 사회에서 무슨 역할을 할 수 있을지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안동교구가 앞장서 학교ㆍ공공급식에 친환경 농산물을 공급하고, ‘나섬식생활교육원’을 연 이유도 이 때문이다. ‘나섬식생활교육원’은 농림축산식품부 지정 식생활교육기관으로, 지역 주민과 어린이ㆍ어르신 등을 대상으로 바른 먹거리교육과 농촌체험을 제공하고 있다.

안 신부는 “도시 본당과 농촌 공소 간의 교류도 역시 지역사회로 확장해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신자가 아닌 개인이나 단체도 농촌 마을 공동체와 함께 뭔가를 해 나가겠다는 의지가 있다면 본당을 통해 참여할 수 있도록 문호를 넓힐 것”이라고 약속했다.

 

※본 기획물은 정부광고 수수료로 조성된 언론진흥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이학주 기자 goldenmouth@cpbc.co.kr

?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132 가정 가톨릭 신문 - 주교회의 생명윤리위원회, 아버지 역할 주제 세미나 가정사목부 2021.11.29 64
131 가정 가톨릭 신문 - [사랑과 생명의 문화] (11) 사후 위령기도 가정사목부 2021.11.23 45
130 가정 가톨릭 신문 - [내리신앙 깊어가는 믿음] <17> 아버지의 이름으로 가정사목부 2021.11.23 30
129 환경&생태 가톨릭 신문 - 실망 속에 폐막한 COP26 가정사목부 2021.11.23 6
128 생명 가톨릭 평화신문 - '태아가 죽으면 대한민국이 죽는다' 생명권 보장 촉구 가정사목부 2021.11.12 97
127 가정 가톨릭 신문 - [사랑과 생명의 문화] (10) 호스피스 가정사목부 2021.11.04 33
126 가정 가톨릭 신문 - [사랑과 생명의 문화] (9) 노인 돌봄 가정사목부 2021.11.04 22
125 가정 가톨릭 신문 - [사랑과 생명의 문화] (9) 독거노인 돌봄 가정사목부 2021.11.04 43
124 가정 가톨릭 신문 - [사랑과 생명의 문화] (8) ME 주말 참여 가정사목부 2021.11.04 85
123 가정 가톨릭 신문 - [내리신앙, 깊어가는 믿음] (16) 아이들을 주일학교에 꼭 보내야 하나요? 가정사목부 2021.11.04 52
122 환경&생태 가톨릭 신문 - 인천교구 '자원순환가게' 가정사목부 2021.11.04 70
121 생명 가톨릭 평화 신문 - 미혼부 출생신고 문턱 낮추고, 생명 나눔 물결 만들다 가정사목부 2021.10.28 73
120 동영상 가톨릭 영상교리 - 유아 세례 가정사목부 2021.10.19 26
» 환경&생태 가톨릭 평화 신문 - [보시니 좋았다] <5> 녹색 세상 만들기 (하) 가정사목부 2021.10.13 37
118 환경&생태 가톨릭 평화 신문 - [보시니 좋았다] <5> 녹색 세상 만들기 (하) 가정사목부 2021.10.13 59
117 환경&생태 가톨릭 평화 신문 - [보시니 좋았다] <4> 녹색 세상 만들기 (상) 가정사목부 2021.10.13 80
116 환경&생태 가톨릭 평화 신문 - [보시니 좋았다] <3> 녹색 성당 만들기 (하) 가정사목부 2021.10.13 108
115 환경&생태 가톨릭 평화 신문 - [보시니 좋았다] <2> 녹색 성당 만들기 (상) 가정사목부 2021.10.13 108
114 환경&생태 가톨릭 평화신문 - [보시니 좋았다] <1> 녹색 가족 만들기 가정사목부 2021.10.13 98
113 환경&생태 가톨릭 평화신문 - 가톨릭기후행동 넓히자 가정사목부 2021.10.13 25
Board Pagination Prev 1 ... 2 3 4 5 6 7 8 9 10 11 ... 13 Next
/ 13

51796 창원시 마산합포구 진전면 죽헌로 72 천주교 마산교구 가정사목부
Tel : (055)249-7023, Fax : (055)249-7024

Copyright (C) 2012 ~ 2023 Diocese of Masan. All rights reserved.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나눔글꼴 설치 안내


이 PC에는 나눔글꼴이 설치되어 있지 않습니다.

이 사이트를 나눔글꼴로 보기 위해서는
나눔글꼴을 설치해야 합니다.

설치 취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