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식만 줄여도 온실가스 대량배출 막을 수 있다.
발행일 2022-02-20 [제3282호, 20면]
채식이 늘고 있다. 웰빙과 건강에 대한 관심이기도 하지만 기후위기 시대 지구 환경 보호를 위한 방법이라는 인식도 높아지고 있다.
김윤환(데레사·51·서울 홍제동본당)씨가 채식을 선언한 것은 1년 남짓 전. 체중 과다와 심혈관계 질환으로 고통받던 김씨는 의사의 권고에 따라 채식 위주로 식단을 꾸렸다. 김씨는 “건강 때문에 시작했지만, 채식을 실천하면서 우리가 지나치게 육식 위주 먹거리에 의존한다는 것을 알게 됐다”며 “그 과정에서 채식이 피폐해진 지구 환경을 살리는 데에도 도움이 된다는 것을 알았다”고 말했다.
본당 공동체 전체가 생태환경 운동에 나선 대전교구 원신흥동본당(주임 이진욱 미카엘 신부)은 지난해 12월 한 달 동안 ‘육식 줄이기’를 실천했다. 4인 가족이 고기를 한 번만 안 먹어도 온실가스 약 60㎏을 줄일 수 있다는 취지다.
취향의 문제로 여겼던 육식의 절제는 이제 환경을 살리는 과제로 제시된다. 교황청에서는 ‘찬미받으소서 7년 여정’ 속에서 지속 가능한 삶의 방식을 실천하기 위한 여러 가지 방안 중 하나로 채식 전환을 꼽았다. 주교회의가 2020년 10월 발표한 특별 사목교서와 실천 지침에서도 먹거리와 관련해 채식의 생활화가 권고되기도 했다.
기후위기 시대, 채식이 권고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고기를 생산하는 과정에서 막대한 온실가스가 배출되기 때문이다. 먹거리 생산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는 전체 배출량의 4분의 1 이상이고, 그 중 80%가 축산업과 관련된다.
고기와 유제품을 얻기 위한 과정은 엄청난 에너지를 소비하고 막대한 온실가스를 배출한다. 유엔식량농업기구(FAO)의 ‘축산업의 긴 그림자’ 보고서(2006년)에 따르면 교통수단으로 인한 온실가스 배출량(14%)보다 축산업으로 인한 온실가스 배출량(18%)이 많다.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의 2019년 ‘토지사용과 기후변화’ 보고서는 “고기와 유제품 위주의 서구식 음식 섭취가 지구 온난화에 기름을 붓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세계은행에 의하면 1970년 이후 벌목된 아마존 열대우림의 90% 이상이 육식을 위한 소 목축지로 개간됐다.
기후위기는 화석 에너지에서 재생 에너지로의 전환을 요구한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역부족이라는 것이 과학자들과 환경운동가들의 지적이다. 육식에서 채식 위주로 먹거리 문화를 바꾸면 시간과 비용을 크게 들이지 않아도 탄소 배출을 효과적으로 감축할 수 있다.
메탄가스와 아산화질소는 이산화탄소보다 각각 23배, 296배 더 강력한 온실효과를 보인다. 메탄가스는 대부분 가축으로부터 나오고, 아산화질소 배출량의 65%는 축산업에서 나온다. 삼시세끼 식탁을 채식으로 전환하는 일은 누구나 하루 세 번 실천할 수 있는 손쉽고 강력한 환경운동이다.
사람이 육식동물인가 초식동물인가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고, 육식을 할지 말지는 개인의 취향으로 여길 수도 있다. 하지만 최소한 기후위기 시대에 지구를 살리는 기후행동으로서 채식은 개인적 선택의 문제에 그치지 않는다.
박영호 기자 young@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