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멸종반란 가톨릭' 출범
발행일 2022-05-15 [제3294호, 20면]
“우리는 멸종을 향해 가고 있습니다.”
이른바 ‘우·멸·향’의 위기의식을 공유하는 일단의 기후활동가들이 5월 7일 오후 4시 경기도 고양시 에피파니아 청년센터에서 모였다. 이날 모임은 기후위기의 심각성을 공유하고 이에 대한 적극적 대응을 위한 의지를 모아 ‘멸종반란 가톨릭’의 출범을 공표하는 자리였다.
‘멸종저항’ 또는 ‘멸종반란’(Extinction Rebellion)은 기후위기로 인해 인간을 포함한 생물종이 멸종하는 것을 막기 위해 저항한다는 의미로, 2019년 4월 영국에서 처음 시작된 환경 단체다. 현재 전 세계 80개국 1100개 지부가 결성돼 있고, 한국에는 ‘멸종반란 한국’, 그리고 이날 모임을 통해 공식 출범한 ‘멸종반란 가톨릭’ 등 2개 지부가 활동하고 있다.
‘멸종반란 가톨릭’이 처음 논의된 것은 지난해 10월, 민관합동기구인 탄소중립위원회에서 종교계 민간위원으로 활동했던 국내 4개 종단 종교위원들이 정부의 탄소중립 의지 부재에 절망감을 표시하고 사퇴의 뜻을 밝힌 기자회견 자리다. 현장에서 정부를 규탄하고 시위를 벌이던 5명의 성직자, 수도자, 평신도가 뜻을 모으고 ‘멸종반란 한국’의 지지와 안내로 모임 결성을 준비해 왔다.
그중 한 명인 원동일 신부(프레드릭·의정부교구 1지구장)는 “예수님의 가르침을 책으로 배우는 것과 인격적으로 예수님을 만나는 것은 다른 차원”이라며 “마찬가지로 기후 문제에 대한 신앙적 가르침을 익히는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그로 인한 고민들을 직접 행동으로 드러내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결성 취지를 설명했다.
교회 내 생태환경 운동의 다양한 스펙트럼 안에 ‘멸종반란 가톨릭’이 위치할 필요성을 공감했다. 그런 의미에서 원 신부는 ‘멸종반란 가톨릭’을 이렇게 정의한다.
“위계질서가 없는 자율분권의 공동체를 지향하고 기후위기를 환경 의제를 넘어선 자본주의 성장 체제의 문제로 보고, 이에 맞선 비폭력, 시민불복종, 직접행동을 지향하며, 돌봄과 리젠(regeneration) 문화를 실현하는 생명 공동체입니다.”
자율분권의 공동체라는 의미에서 별도의 대표를 선출하지 않고, ‘시노달리타스’를 구현한, 회원들의 민주적이고 복음적 논의를 통해 모든 것을 결정하고 실행하는 것을 지향한다.
또한 ‘멸종반란’의 자본주의 성장 체제에 대한 비판과 저항이 신앙인으로서 공유할 수 있는 가치라고 규정한다. 이는 프란치스코 교황의 ‘규제 없는 자본주의는 새로운 독재’라는 지적, 회칙 「찬미받으소서」가 그릇된 인간중심주의를 비판하고 생태적 회개를 통해 돌봄과 나눔과 사랑의 생태공동체로 나아가라고 당부한 데 근거를 둔다.
기존 5명의 회원 외 참석자들은 원의에 따라 회원으로 가입을 결정한다. 다양한 활동 방향이 논의됐지만 우선 공동체의 비전과 원칙, 가치를 공유하고 창의적 활동 기반을 마련하기 위한 주 1회의 독서 모임으로 시작한다.
박영호 기자 young@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