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의 집 돌보기-생태적 회개의 여정]
(2) 주님, 찬미받으소서
발행일 2022-08-28 [제3308호, 11면]
세상이 프란치스코 교황의 회칙 「찬미받으소서」에 주목하고 있다. 교황이 반포하는 문헌 중에서도 가장 높은 교도권적 위치를 지닌 회칙. 신자들에게는 교회가 나아가야할 방향을 제시하는 중요한 문헌이다. 하지만 왜 교회 밖에서도 이 책에 주목하는 것일까. 「찬미받으소서」는 도대체 어떤 책일까.
교황 회칙을 읽는 교회 밖 사람들
지난해 7월 15일 KBS ‘지구의 경고:100인의 리딩쇼’는 ‘지구의 회복을 위한 독서’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의 회칙 「찬미받으소서」를 선택했다. 이 프로그램에서 종교·나이·종사 분야가 서로 다른 여러 사람들이 「찬미받으소서」를 낭독했고, ‘공동의 집’ 지구의 문제에 깊이 공감했다.
KBS가 「찬미받으소서」를 선택한 것은 이 책이 말하는 바가 ‘가톨릭’을 넘어 보편적으로 의미 있음을 눈여겨봤기 때문이다. 리딩쇼에 참여한 이들 중 가톨릭 신자가 아닌 이들의 반응이 눈길을 끌었다. 길현희(32)씨는 이 낭독에 참여하면서 “환경문제가 우리 세대의 일이라는 것을 깨달았다”면서 “종교가 믿는 사람들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세상을 위한 믿음을 보여주는 것 같다”고 말했다.
KBS의 다큐멘터리 이전에도 「찬미받으소서」는 교회 밖에서 꾸준히 읽혀왔다. 문장과 내용이 읽는 이들의 깊은 공감을 불렀기 때문이다.
불교환경연대는 2017년 「찬미받으소서」로 스터디모임을 진행했다. 스터디모임에 동참한 불교환경연대 유정길 운영위원장은 “책 내용이 환경과 생태문제를 폭넓게 인지하고 있었고, 양극화, 많은 생명과의 관계, 미래 세대의 문제 등에 관해 명확하게 지침과 방향을 제시해 굉장히 감동하면서 읽었다”면서 “이웃종교의 입장에서도 변화의 계기가 됐고, 더불어 같이 성숙한 사회를 만드는데 영향을 줬다고 생각한다”고 소감을 말했다.
개신교계에서도 한경균 목사(소금의집 디아코니아 국장)가 이끄는 독서클럽 등이 「찬미받으소서」 강독을 열었다. 이 독서클럽은 여러 목회자, 신학자, 신학생 등이 함께하는 모임으로 「찬미받으소서」를 문장 단위로 읽어나갔다. 한 목사는 “개신교에도 수준 있는 문헌들이 많이 있지만, 이 책처럼 확장성이 있는 문헌은 없을 것”이라면서 “신학적으로 정교하게 설득하면서도 복잡하고 현란한 신학적 용어보다 충분히 공감할 수 있도록 글이 작성돼 적어도 이 책을 읽는 사람이라면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찬미받으소서」의 기원, 프란치스코 성인
교회 안팎에서 공감을 받는 「찬미받으소서」가 어떻게 반포됐었는지를 알기 위해 세계교회의 중심인 교황청, 그중에서도 교황청 온전한인간발전촉진부(이하 인간발전부)를 찾았다. 인간발전부는 교황청에서 「찬미받으소서」 정신의 확산을 담당하는 부서다.
“교황님은 재위 첫 미사, 첫 강론에서 ‘프란치스코’란 이름을 선택하시면서 피조물과 인간의 보호라는 주제가 당신에게 매우 중요한 것임을 분명하게 드러내셨습니다.”
인간발전부 차관 알레산드라 스메릴리 수녀는 「찬미받으소서」의 첫 단추를 ‘프란치스코’에서 찾았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즉위 이후 세계에서 내로라하는 과학자와 전문가들을 모아 대화하고 조언을 구했다. 이때 이미 교황에게 프란치스코 성인의 영성이, 「찬미받으소서」의 메시지가 있었다는 것이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교회 역사상 교황명을 ‘프란치스코’로 정한 최초의 교황이다. 교황은 「찬미받으소서」에서도 “저는 매력적이고 감탄을 자아내는 한 인물을 언급하지 않고서는 이 회칙을 쓰고 싶지 않다”면서 “프란치스코 성인은 자연 보호, 가난한 이들을 위한 정의, 사회적 헌신, 내적 평화가 어떠한 불가분의 유대를 맺고 있는지를 보여준다”고 역설했다.(10항) 「찬미받으소서」라는 회칙명 역시 프란치스코 성인이 지은 ‘태양의 찬가’에서 인용했다.
‘태양의 찬가’는 성인이 선종하기 1년 전, 자신의 죽음을 예감하고 있던 중에 지어 부른 노래다. 아시시의 산 다미아노 수도원 인근에는 성인이 ‘태양의 찬가’를 부른 장소가 보존돼있다.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은 프란치스코 성인을 생태 환경보호를 증진하는 이들의 주보성인으로 추대했지만, 사실 프란치스코 성인은 ‘생태’나 ‘환경보호’를 언급한 적이 없다. ‘생태’라는 말자체가 자연을 남용한 결과 나온 말이기 때문이다. 성인의 생태적 사상을 엿볼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저작이 ‘태양의 찬가’다.
작은형제회(프란치스코회) 총본부 JPIC(정의 평화 창조보전)위원장 하이메 캄포스 신부는 “이 노래는 단순한 노래가 아니라 하느님이 모든 것의 아버지라는 인식 아래 모든 피조물과 형제처럼 친교를 나누며 살아온 프란치스코 성인의 삶의 요약이라고도 할 수 있는 작품”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교황님께서 회칙에서 생태만이 아니라 가난, 환경, 정의, 평화 등을 모두 이야기하셨는데, 이것이 바로 프란치스코 성인의 영성”이라면서 “회칙은 성인이 행하신 모든 중요한 내용을 현대의 언어로 재구성한 것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공동의 집, 모든 것은 연결돼 있다
전문가들은 공통적으로 「찬미받으소서」의 의미를 ‘통합생태론’이라는 새로운 시각에서 발견했다. 통합생태론은 자연환경뿐 아니라 인간적, 사회적 차원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이 살아있는 유기체처럼 관계를 맺고 있다고 보는 관점이다. 교황은 “모든 것이 서로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으며 오늘날의 문제들이 세계적 위기의 모든 측면을 고려하는 시각을 요구한다”(137항)면서 통합생태론을 촉구한다.
작은형제회 캄포스 신부는 “회칙은 우리가 서로 다른 위기라고 생각하는 사회적인 위기와 생태적인 위기가 연결돼 있다는 것을, 지구상의 모두가 서로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너무도 잘 알려준다”며 “‘공동의 집’이라는 말로 모두가 연결돼 있다는 것을 굉장히 잘 인식시켜줬다”고 평가했다.
회칙이 반포된 지 7년이 지난 지금, 통합생태론의 중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 코로나19 대유행, 기후변화가 이를 분명하게 보여줬기 때문이다. 인간발전부 차관 스메릴리 수녀는 “우리가 만일 생태적 여정에서 뒤로 후퇴한다면, 점점 더 많은 전염병, 기후문제를 겪을 것이고, 이것은 기아를 의미하고 기아는 전쟁을 의미한다”면서 “모든 것은 함께 가야 한다는 것을 이해시키는 것이 가장 중요하고, 이를 위해 우리에게는 「찬미받으소서」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교황은 프란치스코 성인을 시작으로 선대 교황들의 가르침을 들면서 교회 가르침의 연속성을 보여주고, 세계 곳곳에서 열린 21번의 주교회의를 인용한다. 또 동방정교회 바르톨로메오 총대주교의 말까지도 인용해 지역과 종교를 넘어 생태와 정의에 관한 가르침을 연결·발전시킨다.
교황은 회칙에서 ‘공동의 집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습니까?’라는 메시지를 던지며 기후변화, 물의 문제, 생물다양성 감소 등 지구가 직면한 문제와 인간 삶의 질 저하와 사회 붕괴, 세계적 불평등 등 인간사회의 문제를 진단한다.
이어 성경과 교회의 전통이 전하는 이해와 통찰을 전한다. 특히 창세기를 묵상하며 “하느님의 사랑 넘치는 계획”이 “모든 피조물이 저마다의 가치와 의미를 지닌다”(76항)는 것을 일깨워준다. 그리고 ‘인간이 초래한 생태위기의 근원들’을 분석하면서 지배적인 기술 관료적 패러다임, 지나친 인간중심주의, 상대주의 문화 등에 문제를 제기하고, 환경·경제·사회생태론을 포함한 ‘통합생태론’을 설명한다. 또 생태를 위한 국제적·지역적 대화, 정치·경제·과학·종교의 대화를 살핀다. 마지막으로 ‘생태적 회개’를 이끌 생태교육과 영성을 다룬 교황은 지구를 위한 기도와 그리스도인들이 피조물과 함께 드리는 기도로 회칙을 마무리한다.
교황의 찬미기도, 세상을 움직이다
“찬미받으소서”라는 기도로 시작해, 피조물을 위한 기도로 마무리된 이 회칙은 세상을 움직였다. 가장 큰 영향으로 꼽히는 것은 2015년 ‘파리기후변화협약’이다. 교황은 이 협약의 중요성을 내다보고 회칙의 발표 시기를 앞당겼다.
아일랜드의 생태신학자 숀 맥도나 신부는 이를 두고 “프란치스코 교황은 이 짧은 문헌으로 생태문제에 관한 국제적 개입의 주변부로 밀려나 있던 가톨릭교회를 곧장 논의의 중심으로 옮겨 놓았다”고 평가한다.
당시 유엔 반기문 사무총장은 회칙 반포에 “회칙을 환영한다”면서 “회칙이 국가적 이익보다 세계적 공동선을 우선시해, 올해 파리에서 이 야심차고 보편적인 기후협약을 채택하도록” 각국 정부를 독려했다. 유엔 기후변화협약 사무총장 크리스티아나 피게레스도 “회칙의 이 분명한 메시지를 따라 파리에서 강하고 지속성 있는 보편적 기후 협약을 추진할 것”이라 말했고, 버락 오바마 당시 미국 대통령 역시 “세계 지도자들이 기후변화를 억제할 담대한 행동을 취하라는 교황의 간청을 고려하기를 바란다”고 피력하기도 했다.
그리고 교황의 이 ‘찬미기도’는 여전히 세상을 움직이고 있다. 예수회 총원 ‘사회정의와 생태환경 사무국’(SJES) 사무국장 제비어 제야라즈 신부는 “매년 세계 각국의 신자·비신자들과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는데, 「찬미받으소서」가 수백만 명의 사람들에게 영감을 주는 것을 봐 왔다”고 증언했다. 그는 “비신자들도 「찬미받으소서」가 교회의 외침이 아니라 인류에 대한 외침임을 알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전 세계 가톨릭교회가 찬미받으소서 7년 여정에 돌입한 첫 해인 지금 그 의미가 크다.
생태신학자 이재돈(요한 세례자) 신부는 “회칙은 가톨릭교회의 사목 방향을 바꾸는 공식적인 문서이며, 세계 공동체에 커다란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방향을 제시했다”면서 “회칙은 교회의 교리, 전례 등에 반영되고 세계 수많은 사람의 교리서 역할을 하기에 그 영향력은 어떤 것과도 비교할 수 없다”고 평했다.
찬미받으소서 7년 여정을 계획한 인간발전부는 ‘찬미받으소서 운동 플랫폼’을 구축하고 전 세계 모든 신자·단체들의 참여를 요청하고 있다. 인간발전부 차관 스메릴리 수녀는 “찬미받으소서 7년 여정은 회칙의 내용이나 성찰이 아니라 행동을 촉구하는 것”이라면서 “이 여정을 성공으로 이끌 수 있는 열쇠는 많은 이들의 참여”라고 전했다.
이승훈 기자 joseph@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