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생태

가톨릭 신문 - [공동의 집 돌보기] (3) 지구의 울부짖음

by 가정사목부 posted Sep 30,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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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의 집 돌보기-생태적 회개의 여정]

(3) 지구의 울부짖음

발행일 2022-09-04 [제3309호, 8면]

교황청은 지난해 11월 14일 프란치스코 교황 회칙 「찬미받으소서」의 정신을 실현하기 위한 지침으로 ‘찬미받으소서 7년 여정 플랫폼’(Laudato Si’ Action Platform, laudatosiactionplatform.org)을 공식 출범했다.
7년 여정 플랫폼은 지속 가능한 세상을 건설하기 위한 그리스도인들의 향후 7년 여정의 지침이자 청사진이다. 플랫폼은 이 뜻깊은 여정에 참여하는 이들이 생태적 위기에 어떻게 응답해야 하는지 그 목표를 다음과 같이 7가지로 설정했다.

▲지구의 울부짖음에 대한 응답 ▲가난한 이들의 울부짖음에 대한 응답 ▲생태적 경제 ▲지속 가능한 삶 ▲생태교육 ▲생태영성 ▲공동체의 활성화와 강화

본 기획은 이후 3~9회에 걸쳐 7년 여정의 7개 목표를 검토한다.


■ ‘찬미받으소서 7년 여정 플랫폼’ 행동 목표 1
 

“지구의 울부짖음에 대한 응답은 기후위기에 대처하고 생물종 다양성을 보호하며, 생태적 지속 가능성을 확보함으로써 ‘공동의 집’을 보호하라는 요청입니다. 이를 위한 행동은 재생 에너지로의 전환, 탄소 중립 실현, 생물종 다양성의 보호, 지속 가능한 농업, 깨끗한 물의 보호 등입니다.”

미국 아메리카가톨릭대학의 태양광 프로젝트

미국 아메리카가톨릭대학교(The Catholic University of America) 곳곳에서 발견할 수 있는 풍경이 있다. 어느 곳에나 설치돼 있는 태양광 전지판이다. 캠퍼스에서는 옥상, 벤치 위, 쓰레기통에서도 태양광 전지판을 발견할 수 있다.

현재 워싱턴 D.C. 지역에서 가장 큰 태양광 전지판 건설을 앞두고 있는 이곳에서는 벤치 위 태양광 전지판을 통해 학생들이 의자에 앉아 휴대폰을 충전하는 등 전기를 사용할 수 있다. 쓰레기통에 페트병을 넣으면 태양광으로 생산한 전기를 활용해 병을 압축시켜 더 많은 쓰레기를 담을 수 있다.

올해 6월 시작돼 내년 봄 완성되는 새 태양광 발전 프로젝트는 태양광 전지판 총 1만5000개를 설치한다. 연간 1만 메가와트 전력을 생산해 지역에 공급, 매년 7000톤의 온실가스를 감축한다. 이는 무려 자동차 1547대의 운행을 중지하는 효과를 지닌다.
존 가비(John Garvey) 당시 총장은 이 야심찬 계획이 “대학이 추진하는 지속 가능성 장기 계획에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밝혔다. 대학은 지난 2020년 ‘지속 가능성 계획’(Sustainability Plan, 2021~2025)을 설정했다.

지속 가능한 세상 건설 노력

이 계획은 회칙 「찬미받으소서」의 가르침에 영감을 받아 진행하며 5년마다 목표를 재설정한다. 특히 아메리카가톨릭대학은 2016년 대비 2025년 에너지 사용 20% 감소를 목표로 정했고, 올해는 15% 감소를 달성했다.

이 태양광 프로젝트는 워싱턴 D.C.가 2032년까지 100% 재생 에너지로의 전환을 이루고, 2050년까지 탄소 중립을 실현하려는 장기 계획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가비 전 총장은 “이 프로젝트는 지역 사회의 지속 가능성을 위한 목표에 부응하는 것인 동시에 보편교회가 찬미받으소서 7년 여정을 통해 실현하려는 7개 목표 중 하나인 ‘지구의 울부짖음에 대한 응답’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대학이 속한 워싱턴대교구는 ‘찬미받으소서 7년 여정’에 적극 참여하는 대표적인 교구다. 교구는 ‘「찬미받으소서」 행동 계획(Action Plan)’ 책자를 만들어 개인과 가정, 본당, 학교들에서 이를 위한 활동에 동참할 것을 요청하고 있다. ‘지구의 울부짖음에 대한 응답’ 부분에서 워싱턴대교구는 “청정에너지를 생산하고 사용하기 위한 중요한 조치들을 2020년에 취했다”고 밝힌다. 그러면서 개인과 가정, 본당, 학교 등에서 가능한 실천 사항들을 제시한다. 여기에는 ‘창문과 문틀 주변을 밀봉하거나 코팅하기’, ‘물 소비 감소’, ‘모든 전구를 LED 전구로 교체하기’, ‘정원 만들기’ 등이 포함돼 있다.

기후위기는 인간 활동의 산물

아메리카가톨릭대학이 화석 연료 사용을 멀리하고 태양광 에너지로의 전환을 위해 노력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회칙의 표현을 빌리면 지금 이 순간 “지구가 울부짖고 있기” 때문이다. 이 울부짖음을 상징적인 동시에 실제적으로 함축한 용어가 ‘기후위기’다.

기후위기는 실제 상황인가? “공동의 집에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습니까?”라고 물으며 회칙에서 성찰을 촉구하는 ‘공동의 집’ 지구의 생태위기는 이미 과학자들의 객관적 연구, 빈발하는 기후 재난 현실들에 비추어 자명하다. 나아가 기후위기가 인간 활동 때문이라는 공감대도 충분하다.

지난 1월 잡지 ‘시사IN’이 한국리서치와 함께 실시한 조사의 보고서 ‘2022 대한민국 기후 위기 보고서’에 따르면 기후변화의 주된 원인이 인간 활동 때문이라고 본 응답자가 86.7%로 대다수였다. 기후위기 실체를 부정하고 지구 온난화가 단순한 자연 현상이라는 주장은 이제 완전히 지지를 잃었다.
더욱이 상황은 진실을 회피하려는 나태함이 지속될 경우 파국으로 치달을 것이라는 위기의 현실을 드러내 보여 준다. 회칙은 이에 대해서도 예언적인 통찰력을 지니고 있다.

“상황이 한계점에 이르렀음을 나타내는 표징들을 볼 수 있습니다. 종말론적인 예언은 차치하고라도 현재 세계 체제는 여러 관점에서 봤을 때 지속될 수 없는 것이 분명합니다. 우리가 인간 활동의 목적에 대해서 생각하는 것을 멈추었기 때문입니다.”(「찬미받으소서」 61항)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발전이라는 신화’를 맹신해서도, 그렇다고 인간의 모든 개입이 금지돼야 한다고 생각해서도 안 된다.(「찬미받으소서」 60항 참조) 프란치스코 교황은 이 두 가지 극단적인 관점에서 중용을 취함으로써 현실성 있는 미래 계획을 모색해야 한다고 권고한다.

한국교회의 응답들

국내에서도 ‘지구의 울부짖음에 대한 응답’이 이뤄지고 있다. 수원교구는 지난해 9월 11일 ‘수원교구 탄소 중립 선포 미사’를 거행하고, 2030년까지 교구·본당 공동체에서 사용하는 전력 100%를 친환경 에너지로 전환, 2040년까지 탄소 중립을 이루겠다고 약속했다. 춘천교구도 지속 가능한 세계를 위한 7년 여정에 동참해 2040년까지 탄소 중립을 실현하겠다고 선포했다. 대전교구는 9월 26일 대전 주교좌대흥동성당에서 탄소 중립을 선언할 예정이다.

대전교구와 수원교구에서는 지속 가능한 재생 에너지를 활용하기 위해 각각 불휘햇빛발전협동조합(이사장 김대건 베드로 신부)과 공동의집에너지협동조합(이사장 양기석 스테파노 신부)을 만들었다.

불휘햇빛발전협동조합은 2019년 2월 구성된 이래로 활발한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대전교구 갈마동성당에 1호 햇빛발전소를 세웠고, 유성구 구암동에 2호, 청양 화성면에 3호, 관저동성당에 4호, 도마동성당에 5호, 천안월랑성당에 7호 등 총 6개 햇빛발전소를 완공했다. 법동성당에 6호, 온양신정동성당에 8호, 용전동성당에 9호 등 총 3개 햇빛발전소가 건설되고 있고, 이는 모두 9월 중 완공될 예정이다. 지난해 3월 100여 명이었던 조합원 수도 올해 8월 15일 기준 620명으로 크게 늘었다.

지난해 12월 창립총회를 한 공동의집에너지협동조합은 한국교회에서 가장 먼저 탄소 중립 실현을 선언한 수원교구에서 설립, 신자들이 스스로 생산자가 되겠다고 밝히는 등 생태적 회개를 위한 활동 기반을 마련했다.

재생 에너지 전환의 걸림돌

불휘햇빛발전협동조합 운영위원회 최경해(마리아) 위원장은 “기후위기 70~80%가 에너지 문제”라며 “세계적인 에너지 전환 없이는 기후 위기 극복이 어렵다”고 말했다. 최 위원장은 “우리뿐만 아니라 미래 세대를 위한 활동으로, 우리는 다같이 공동의 집에 살고 있는 형제이기 때문에 하느님 뜻을 알아들어야 하고 에너지 시스템 자체를 바꿔야 한다”며 “재생 에너지로의 전환, 지역에서의 에너지 자립이 중요하고 이를 위한 동참”을 당부했다.

에너지 전환에서 가장 주목받는 영역이 태양광 발전이다. 다양한 노력이 이뤄지고 있지만, 실제로 교회 안에서 태양광 발전을 통한 에너지 전환 속도는 느린 편이다. 그 이유 중 하나가 경관 문제다. 적지 않은 본당에서, 그 필요성과 명분에 대해 공감하지만, 공동체 합의가 쉽게 이뤄지지 않는 현실이다.

대전의 한 본당에서는 본당 사목회 차원에서 태양광 발전소 설치로 가닥을 잡았지만, 강한 반대에 직면했다. 수려한 본당 건물의 경관을 해친다는 것이 핵심적인 이유다. 이 본당 주임 신부는 이에 대해 “신앙생활에 있어서 어디에 가치를 두느냐의 문제”라며 “아직은 생태 환경 보전 소명이 신앙의 영역으로 충분히 들어오지 못했다는 판단”이라고 말했다.

새 정부 환경 정책은 재생 에너지로의 에너지 전환을 가로막는 큰 걸림돌이다. 윤석열 정부는 탄소 중립의 대의는 유지하고 있지만, 재생 에너지보다는 핵 발전 비중 대폭 확대를 정책 방향으로 삼고 있다. 이에 따라 운영 허가가 만료된 핵발전소의 계속 운전을 허용하고 새 핵발전소 건립을 추진한다. 삼척 등 화력 발전소 건설 역시 강경하게 추진하고 있어 종교계와 환경 단체를 포함한 시민 사회 연대를 통한 강력한 대응이 요구되고 있다.

 

이소영 기자 lsy@catime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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