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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의 집 돌보기-생태적 회개의 여정]

(5) 생태적 경제

발행일 2022-09-11 [제3310호, 10면]

■ ‘찬미받으소서 7년 여정 플랫폼’ 행동 목표 3
 

“생태적 경제는 경제가 인간 사회의 하위 체제로서, 그 자체로서 인류에 봉사해야 한다는 것을 인식하는 것입니다. 이에 대한 응답은 지속가능한 생산과 소비, 윤리적 투자, 화석연료를 포함해 지구와 사람에게 해로운 활동에 대한 투자 철회, 순환 경제 지지, 그리고 적절한 임금과 복지를 보장하는 일자리로 노동자들의 존엄성을 지키는 것입니다.”

유엔환경계획(UNEP)이 2020년 제출한 보고서에 따르면, 지구 기온 상승을 1.5℃ 이내로 묶어두기 위해서는 2030년까지 1인당 평균 탄소 배출량을 2.1톤으로 줄여야 한다.
2015년 현재 1인당 평균 탄소 배출량은 4.5톤이다. 전 세계 하위 소득 50%는 불과 0.69톤, 이는 2030년 1인당 탄소 배출 목표치의 3분의 1도 안 된다. 하지만 소득 수준이 올라가면서 탄소 배출량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 소득 상위 10%는 23.5톤, 상위 1%는 74톤, 상위 0.1%는 무려 216.7톤의 탄소를 배출한다.

탄소 배출의 수치를 기업들에게 적용해보면 문제는 더 뚜렷하게 드러난다. 화석연료 기업은 기후변화의 가장 큰 책임자였고 이는 지금도 마찬가지다. 연구에 따르면, 지난 1988년부터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의 71%의 책임이 단 100곳의 화석연료 생산기업에 있었다.

개인이든 기업이든 기후위기의 원인 제공자와 피해자가 완전히 다르다는 사실은 정의롭지 않을 뿐만 아니라, 문제 해결도 어렵게 만든다. 기후위기 상황에도 큰 탈 없이 지낼 수 있으니,더 많은 부를 갖고 더 많은 탄소를 배출하는 이들이 지금 누리는 풍요와 편리를 포기할 가능성이 적기 때문이다. 최근 들어 급격하게 증가하고 있는 기후 소송, 그리고 화석연료 기업에 대한 투자 철회 운동의 이유가 여기에 있다.

기후변화 대응에 부합하지 않는 기업에 투자 철회 확산

프란치스코 교황은 회칙 「찬미받으소서」에서“우리는 엄청난 오염을 유발하는 화석 연료, 특히 석탄과 석유와 더불어 소비량은 적지만 가스를 기반으로 하는 기술의 점진적인 대체를 바로 시작해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165항)라고 밝힌다. 파괴가 아닌 상생을 위한 실천 중 하나가 바로 기업의 행태를 바꿀 수 있는 건전한 압력을 행사하는 것이다. 바로 온실가스 배출을 무절제하게 야기하는 기업에 대한 투자 철회다.

2015년 6월, 노르웨이는 탄소배출 감소를 위한 극적인 결정을 내렸다. 9000억 달러 규모의 국부 펀드 운영에서 석탄 관련 모든 투자를 철회하기로 한 것이다. 노르웨이 정부는 이 결정으로 90억에서 100억 달러의 손해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했지만 “손실이 막대하고 나아질 현실적 전망이 없는 산업의 주식을 계속 보유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한편 2020년 10월, 북유럽의 노르디아 자산운용, 덴마크의 국영 펀드 MP 펜션, 핀란드 교회 연금기금 등 총 3조 4000억 달러를 운용하는18개 국제 투자사들은 석탄발전소 건설 프로젝트에 대한 금융지원 재고를 촉구하는 공동 성명을 냈다. 베트남에서 진행 중인 ‘붕앙2석탄발전소’ 건설 사업에 투자하는 기업을 향해 주주 참여 철회와 향후 대응 방안 제시 등을 요구한 것이다.

이처럼 세계 에너지 산업이 경제성이 떨어지는 화석발전에 대한 투자를 줄이고 저탄소 발전과 에너지 공급과 소비를 효율화하는 투자로 재편되고 있다. 또한 코로나19가 세계 경제에 충격을 줌에 따라 기후변화를 위험으로 인식하고 기업들의 투자 방향이 달라진 것으로 전문가들은 해석했다.

가톨릭교회의 화석연료 기업 투자 철회

2012년부터 화석연료 기업에 대한 투자 철회 캠페인을 벌이고 있는 대표적인 단체(350.org)의 집계에 따르면, 9월 4일 현재 전 세계 1546개 기관이 투자 철회를 서약했고, 투자 철회 금액 규모는 총 40조 5700억 달러에 달한다. 그리고 이 투자 철회 선언을 한 기관 중에는 가톨릭교회가 운영하는 세계적인 조직과 수도회 등이 다수 포함된다. 실제로 전체 참여기관 중 3분의 1 이상이 종교기관으로 알려져 있다.

가톨릭교회 안에서 투자 철회를 선언한 가장 대표적인 기구는 국제 카리타스다. 국제 카리타스 의장 루이스 타글레 추기경은 지난 2018년 4월 “기후위기 때문에 가난한 이들이 크게 고통 받고 있으며, 화석 연료는 이 불의의 주된 요인 가운데 하나”라며 “국제 카리타스는 화석연료 산업에는 더 이상 투자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벨기에 룩셈부르크대교구, 이탈리아 살레르노-캄파냐-아체르노대교구 등과 팍스 뱅크 등 가톨릭계 은행들, 총 35개 가톨릭 기관들이 함께 투자 철회를 선언했다. 이에 앞서 60여 개 가톨릭 기관들이 투자 철회를 선언하기도 했다. 특히 2016년 10월 전 세계 각국 교구와 수도회, 원조기구 등이 한꺼번에 투자 철회 운동에 참여한다고 밝혔다.

필리핀 주교회의는 지난 2월 ‘환경적으로 파괴적인 산업에 대한 기부를 거부한다’고 밝혔다. 필리핀 주교들은 생태에 관한 새로운 사목 서한을 통해 “재정적 자원은 공동선, 창조의 완전성, 창조주의 영광을 위해서만 사용해야 한다”며 “교회는 2025년까지 생태학적으로 해로운 활동에 투자한 금융 기관과 기업에서 자산을 완전히 매각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개인 생활양식의 변화

기후위기의 책임을 묻고 이를 극복하기 위한 노력을 기업에 강제하는 것이 투자 철회 운동이라면, 개인적 차원에서 지속가능한 경제를 실천하려는 것이 윤리적 소비다. 기후변화가 우리 삶과 가까워지면서 윤리적 소비에 대한 인식을 확산시켰다.

국내에서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환경을 생각하는 제품이나 가게를 이용하는 사람들이 많아진 것이다. 2001년 미국에서 시작된 제로웨이스트 운동은 환경을 보호하기 위해 쓰레기 배출량을 줄이는 캠페인이다. 거절하기(refuse)와 줄이기(reduce), 재사용하기(reuse), 재활용하기(recycle), 썩히기(rot) 등 5R을 실천하는 이 운동은 일회용컵이나 빨대를 받지 않고, 음식을 포장할 때 플라스틱 수저나 나무젓가락을 거부하고, 받은 일회용품을 재사용하는 것이 골자다.

한국에서는 2018년 ‘쓰레기 대란’이 사회 문제로 대두되면서 제로웨이스트 운동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구호에 그쳤던 제로웨이스트 운동은 쓰레기 배출이 적고 재사용이 가능한 상품들을 판매하는 가게가 생기면서 실천으로 이어졌다. 알맹상점을 필두로 속속 문을 연 제로웨이스트숍은 현재 서울에만 9곳 이상이 운영 중이다. 교회 안에서도 대전교구 불당동본당에서 쓰레기 배출을 최소화하는 ‘알맹이 상점’을 운영하고 있으며 툿찡 포교 베네딕도수녀회 대구수녀원도 지난 7월 대구 동성로에 제로웨이스트숍인 ‘카페 베네인’을 열었다.

「찬미받으소서」는 “사회적 압력이 기업의 이윤에 손실을 입히면 기업들은 생산 방식을 바꾸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이는 소비자의 사회적 책임을 일깨워 줍니다. 구매는 단순히 경제적인 행위가 아니라 언제나 도덕적인 행위입니다”(206항)라고 밝히고 있다. 돈을 지불하고 물건을 구매하는 기준에 도덕적인 가치가 포함돼야 한다는 것이다.

2017년 문을 연 카페 ‘얼스어스’와 경기도 안양에서 지난 2월부터 운영 중인 ‘제로 에이블’은 제로웨이스트 매장이다. 두 가게의 특징은 30대 젊은 사장이 운영하고 있다는 것이다. 1980년대 초반에서 2000년대 초반에 태어난, 소위 MZ세대로 분류되는 두 가게의 사장은 ‘지구가 아파요’, ‘북극곰이 사라지고 있어요’ 등의 슬로건을 보고 자랐다. 평균 기온이 1℃ 높아지고 북극의 얼음이 녹아 북극곰이 살 곳이 없어졌다는 오래전 메시지는 내 삶과 긴밀한 연결고리가 없는 구호에 불과했다.

하지만 기후가 변해 커피콩과 포도 재배가 어려워져 커피와 프랑스 와인값이 오르고, 때 아닌 홍수와 가뭄을 겪어야 하는 눈앞의 변화는 요즘 젊은이들에게 생활양식을 바꿔야 한다는 당위성을 제시했다. 그렇게 길현희 대표는 일회용품을 사용하지 않는 카페 ‘얼스어스’를 열었고, 박상환 대표는 제로웨이스트&리필스테이션인 ‘제로 에이블’을 운영하게 됐다.

길현희 대표는 “커피가 좋아서 카페를 열었고, 환경에 관심이 있으니 그와 관련된 메시지를 함께 전달하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얼스어스를 열었다”고 말했다. 거대한 가치나 이념을 실현시키려 하기 보다는 ‘내가 좋아하는 것들’의 끝에 환경문제가 함께했던 것이다. 무겁지만은 않게 환경문제에 접근한 덕분에 이를 수용하는 이들도 환경을 위해 약간의 불편을 감수하는 것, 조금 비싸더라도 도덕적인 가치를 둔 제품에 돈을 지불하는 것에 큰 부담을 느끼지 않았다.

맛있는 케이크가 있다는 소문에, 혹은 친환경제품이 궁금해 우연히 두 매장을 찾은 손님들은 “매장을 둘러보며 환경에 대해 생각하는 계기가 됐고, 운영자의 신념을 지지하게 됐다”고 말했다. 냅킨을 사용할 수 없을 뿐 아니라 집에서 포장할 용기를 가져와야 하고, 직접 제품을 담고 무게를 재야하는 번거로움이 있지만, 매장을 찾은 손님들은 기꺼이 이를 감수하고 돈을 지불한다. 북극곰의 위기가 인간에게도 위기가 될 것이라는 메시지가 먼 과거의 이야기가 아닌 현재와 가까워졌기 때문이다.

 

민경화 기자 mkh@catime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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