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환경의 날 담화]
지속 가능한 지구를 위하여
1972년 6월 5일 국제 연합(UN) 차원에서 처음으로 세계 정상들이 스웨덴 스톡홀름에 모여 ‘국제 연합 인간 환경 회의’(스톡홀름 회의)를 개최하였습니다. 당시 성 바오로 6세 교종께서는 특사를 파견하여 “인간이 자연의 생명력과 재생 능력을 조절하는 자연의 법칙을 존중해 나가야 참되고 지속적인 열매를 거둘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하셨습니다.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종께서는 1979년, 아시시의 성 프란치스코를 자연환경을 증진하는 사람들의 천상 수호자로 선포하셨고, 1990년 제23차 세계 평화의 날 담화 “생태계의 위기: 공동 책임 - 창조주 하느님과 함께하는 평화, 모든 피조물과 함께하는 평화”를 통하여, 평화로운 사회 발전의 토대인 수많은 윤리 가치들은 생태 환경 문제에 구체적으로 관련되어 있으며, 오늘날 세계가 직면하고 있는 많은 도전들이 상호의존적이라는 사실은 신중한 협력 모색이 필요하다는 것을 확인시켜 준다고(2항 참조) 하시며,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세계 도처의 사회는 순간적인 만족과 소비주의를 누리고 있으며 그것이 야기하는 폐해에 대해서는 전혀 관심을 두지 않습니다. …… 생태학적 문제의 심각성은 인간의 도덕적 위기가 지닌 심각성을 그대로 드러내 주고 있습니다”(13항).
베네딕토 16세 교종께서는 2009년 회칙 「진리 안의 사랑」(Caritas in Veritate)에서 “환경은 하느님께서 모든 이에게 주신 선물로서, 이를 사용하는 우리는 가난한 이들과 미래 세대와 인류 전체에 대한 책임이 있습니다. …… 따라서 완전한 인간 발전을 위한 계획들은 차세대를 유념해야 하고, 환경, 법, 경제, 정치, 문화의 다양한 분야를 고려하면서 연대와 세대 간의 정의를 드러내어야 합니다.”(48항)라고 말씀하셨습니다.
프란치스코 교종께서는 2015년 6월 공동의 집을 돌보는 것에 관한 회칙 「찬미받으소서」(Laudato Si’)를 통하여 지구상에서 벌어지고 있는 생태적 위기에 대한 우리의 깊은 책임과 각성을 촉구하셨습니다. 같은 해 2015년 12월, 195개국이 프랑스 파리에 모여 ‘기후 변화의 위협에 대한 전지구적 대응을 강화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파리 협정’을 채택하였습니다. 이 목표를 이루기 위한 방법으로는 “산업화 전 수준 대비 지구 평균 기온 상승을 섭씨 2도보다 현저히 낮은 수준으로 유지하는 것”과 “지구 평균 기온 상승을 섭씨 1.5도로 제한하기 위한 노력의 추구”가 결의되었습니다. 또한, 파리 협정의 전문은 기후 위기로 부정적 영향을 받을 가난한 나라와 취약 계층에 대한 배려, 성과 세대 간 평등, 생물 다양성의 보존, 노동 정의, 지속 가능한 생활 양식의 추구 등 인류가 지구에서 지속 가능한 삶을 살기 위한 길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내용은 2015년 9월 25일 프란치스코 교종께서 직접 참석하신 국제 연합 총회에서 만장일치로 채택한 지속 가능 발전 목표(SDGs)에 더 자세하게 담겨 있습니다. 「찬미받으소서」는 그리스도인으로서 파리 협정과 지속 가능 발전 목표를 어떻게 이해하고 실천해야 하는지를 설명하는 길잡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교종께서는 최근 국제적인 석유 회사 책임자를 바티칸에 초대하시어 “지구를 구하려면 에너지 전환이 시급하다.”고 강조하시며 “청정에너지를 위한 구체적 행동”을 촉구하셨습니다. 미래 지향적인 기업들은 이미 기후 위기 대응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습니다. 국내에서도 환경과 사회적 가치 그리고 이를 위한 투명한 의사 결정 구조가 강화된 경영(ESG 경영)을 도입하는 기업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이러한 경영이 국제적인 기준이 되면서 이제는 기업이 생존과 시장 경쟁력 강화를 위해서라도 반드시 준수해야 하는,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었습니다.
한편, 우리 정부도 2018년부터 국제 연합의 지속 가능 발전 목표를 국내에서 이행하는 계획을 수립해서 꾸준히 실천해 왔습니다. 그리고 더 나아가 기후 위기 대응의 세계적 추세에 발맞추어 ‘2050 탄소 중립 위원회 설치 및 운영에 관한 규정안’을 2021년 4월 말에 의결하고, 이제 탄소 중립 위원회가 출범하여 활동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이 위원회의 활동이 단순히 보여 주기식이 아니라, 2050년 탄소 중립 달성을 위하여 실질적이며 구체적인 목표를 세우고 추진하는 데 도움이 되기를 기대합니다.
우리는 그 누구도 기후 위기에 대한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시기를 함께 살아가고 있습니다. 이 책임을 다하는 것은 우리뿐만 아니라 우리의 후세와 모든 미래 세대를 위한 당연한 의무의 실행이자 절실히 요청되는 시대적 사명입니다. 탄소 배출을 줄이고자 화석 연료와 핵에너지 사용에 의존한 발전에서 ‘100% 재생 에너지 사회’로 바꾸는 것, 일회용품뿐만 아니라 플라스틱 사용을 자제하고 다른 것으로 대체하는 것, 육식에서 채식 위주의 생활로 전환하는 것, 평소에 대중교통과 자전거를 이용하고 걷기를 생활화하는 것, 절제와 검소의 생활을 미덕으로 삼는 사회로 전환하는 것! 이 모든 우리의 작은 노력이 지속 가능한 지구를 위한 애덕의 실천이자 배려임을 새롭게 깨닫고 살아가면서, 서서히 회복되는 지구를 다시 볼 수 있게 되기를 간절히 소망합니다.
2021년 6월 5일 환경의 날
한국천주교주교회의 생태환경위원회
위원장 박 현 동 아빠스
[내용출처 - https://cbck.or.kr/Notice/20210563?page=6&gb=K1200 ]
[해당 부분을 어문 저작물, 음향·영상물, 컴퓨터 데이터, 기타 저작물 등에 인용할 때에는 한국천주교주교회의·한국천주교중앙협의회에 저작권 사용 승인을 받아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