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 역행하는 신공항 계획
발행일 2022-03-13 [제3285호, 20면]
지난해 12월 24일 세종정부청사 환경부 앞에서 거리미사를 봉헌한 김대건 신부(베드로·대전교구 생태환경위원회 부위원장)는 “개발 논리로 상처 입고 죽어가는 뭇 생명과 이 땅의 회복을 위해 함께 기도하자”고 말했다. 이날 미사는 새만금 신공항 전략환경영향평가 부동의와 백지화를 촉구하기 위한 것이었다.
두 달 뒤인 지난 2월 28일, 환경부는 국토교통부와 새만금 신공항 전략환경영향평가 본안 협의를 마치고 ‘조건부 동의’했다. 새만금지역 갯벌과 멸종위기종 보호 등을 이유로 공항 건설을 반대해온 환경단체들은 즉각 철회를 촉구하고 나섰다. 하지만 환경부 협의가 완료됨에 따라 새만금 신공항 건설은 본격화됐다.
새만금 공항 건설은 정부의 신공항 건설 계획 중 하나다. 국토교통부는 지난해 9월 30일 ‘제6차 공항개발 종합계획(2021~2025)’을 확정 고시하고, 총 8조7000억 원을 투입해 전국에 공항 10개를 새로 짓겠다고 밝혔다. 가덕도 신공항, 새만금 신공항, 제주 2공항, 서산공항, 대구공항(이전), 흑산공항, 백령공항, 울릉공항, 경기남부 민간공항, 포천 민간공항이 해당된다.
이에 관해 환경단체와 종교계를 포함한 시민사회에서는 탄소중립의 급박성에 역행한다며 거세게 반대하고 있다. 현재 가덕도와 새만금 등 신공항 예정지에서는 시민단체들을 중심으로 반대 운동이 이어지고 있다. 문규현 신부(바오로·전주교구 원로사목자) 등 천주교 성직자와 단체들이 참여하는 ‘새만금 신공항 백지화공동행동’이 지난해 5월 전북 지역에서 발족됐다. 대전교구 생태환경위원회는 제주 제2공항 건설 반대를 위한 거리미사를 2년째 봉헌하고 있다.
환경단체들은 신공항 건설이 현재 전 세계가 집중하고 있는 기후위기 시대 탄소중립 추진을 정면으로 역행한다고 지적한다. 실제로 1㎞ 이동 시 1인당 배출하는 탄소가 비행기의 경우 285g으로 버스(68g)의 4배, 기차(14g)의 20배에 달한다. 스웨덴의 청소년 환경운동가 그레타 툰베리가 동참하는 ‘플라이트 셰임’(flight shame) 운동이 유럽을 중심으로 확산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세계적으로 항공 분야가 배출하는 온실가스는 전체 배출량의 2~3%를 차지한다. 게다가 매년 5% 이상 항공 수송량이 늘어나고 이에 따라 향후 20년 동안 항공 분야 탄소 배출량은 지금보다 3배 이상 급증할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늘어나는 민간 항공 수요 억제 없이 2050년까지 탄소중립은 불가능하다.
환경단체들은 또 이미 인천국제공항 외 전국 14개 공항 중 10개 지역은 수요가 적어 만성 적자를 기록하는 상황에서 공항을 더 짓겠다는 계획은 그 자체로 납득할 수 없다고 지적한다. 더군다나 새로 짓겠다는 공항들은 대부분 갯벌이나 농경지, 산 등 탄소 흡수원 역할을 하는 지역에 들어선다. 공항 건설과 운영에서 발생할 막대한 양의 탄소 외에도 탄소 흡수원이 파괴돼 생겨나는 문제점도 클 수밖에 없다.
박영호 기자 young@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