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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을 바라보는 시선

발행일 2021-06-06 [1616호]


1984년에 영국에서는 배아 연구의 가이드라인을 발표한다. 그것을 「워녹리포트(The Warnock Report)」라고 부르는데, 인간 발생에 대해서 이렇게 말한다.

“(인간)발생의 다양한 단계들의 시점이 중요하며, 일단 과정이 시작되면, 발생 과정에서 다른 것보다 더 중요한 특별한 부분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모든 것이 계속적인 과정의 일부분이며, 만일 각각의 단계가 정상적으로, 올바른 시점에, 올바른 순서로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이후의 발생은 없다.”

인간 생명은 정자가 난자의 세포벽을 뚫고 들어가는 순간부터 시작되며 이 이후의 모든 과정에서 더 중요하거나 덜 중요한 부분이란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 인간의 생명이 일단 시작되면 그 모든 발달의 과정은 보호받아야 하고 존중받아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이후의 발생은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워녹리포트는 배아를 보호하기 위해 작성된 가이드라인이 아니다. 배아 연구와 실험을 위해 배아를 언제까지 살려둘지를 결정하는 것이 그 목표였다. 그래서 워녹리포트는 대중의 염려를 가라앉히기 위한다는 핑계로 “수정 후 14일까지 연구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법이 허용해야 한다고 권고한다.”

수정 후 14일을 기준으로 삼은 것은 이때 발생학적으로 중요한 표증이 나타난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같은 가이드라인에서 말했듯이 14일이란 기준도 13일과 15일 사이에 있는 한 단계일 뿐 생명의 발생에서 특별하게 중요한 단계는 있을 수 없기에, 이 가이드라인 내에서 논리적 모순을 가진다. 그런데도 이 가이드라인은 전 세계에 영향을 미쳤다. 왜냐하면, 당시에 많은 나라가 과학기술의 발전과 함께 배아 연구로 가져올 막대한 경제적 이득을 놓칠 수 없었기 때문이다.

형식적으로 배아 연구의 필요성으로 가장 강력하게 대두하는 이유는 항상 불임 치료를 위한 연구이다. 자식을 갖고자 하는 부모의 열망에 힘입어 체외수정을 통한 출산(보조생식술)은 의료적 상업성에서도 대대적인 성공을 거둔다. 그러나 냉정하게 생각해 보자. 인간 생명(배아) 수십 명을 체외에서 만들어 놓고, 그중에서 여성의 자궁에 이식할 배아를 선별한 다음에 나머지는 냉동시키거나 실험용으로 증여하는 일이 진정 무엇을 의미하는 것인가? 일단 선택된 배아와 그렇지 못한 배아에 대한 시선을 상상해 보라. 선택된 배아는 이제 간절하게 착상이 되고, 건강하게 자라 출산하기를 소망할 것이다.

그러나 선택받지 못한 배아는 냉동되거나 실험용으로 기증되지만, 그들의 운명에 관해서는 관심이 없다. 이렇게 버려진 배아에 대한 매정한 시선은 인간 생명에 대한 불편한 시선을 가지게 한다. 즉 선택받은 초기 인간 생명만이 가치가 있다는 사실을 은연중에 내포하고 확산시킨다. 그리고 이런 사고는 낙태의 사고와도 깊은 관련성을 가지고 있음을 볼 수 있다.

최근 생명과학자들이 주축인 국제줄기세포학회(ISSCR)는 실험실에서 인간 배아를 14일 이후에도 연구할 수 있도록 14일 기준을 완화하자는 가이드라인을 만들었다. 인간 배아 초기 발달 연구 등 다양한 생명과학 연구와 반복적인 유산과 선천적·유전 질환의 원인을 규명하기 위한 연구도 할 수 있다는 것이 그 이유다. 이런 근사한 이유는 워녹리포트 때에도 있었고 이후 지속적으로 인간 배아 연구를 마치 인류의 선에 크게 기여하는 것처럼 말하지만, 정작 그들의 시선에서 인간의 초기 생명(배아)은 인간 생명조차 아닌 그저 자신들의 연구를 위한 물질일 뿐이다. 이 얼마나 잔인하고 무서운 시선인가!

 

최진일 마리아, 생명윤리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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